“인생의 기복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지난 21일 116번째 생일을 맞이한 영국의 최고령자 할머니 에델 캐터햄의 장수 비결은 음식도 운동도 아니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고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떠나보내고도 이런 섭리를 받아들이고 낙천적으로 지내는 것을 110년 넘게 살아온 비결로 꼽았다.
캐터햄은 지난 4월 브라질 수녀 이나 칸바로 루카스가 116세의 나이로 별세한 뒤 살아있는 세계 최고령자로 기록됐다. 영국 역사상 최장수 인물로 작년 115세 생일 때는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축하 편지를 받았다. 당시 자신의 생일로 세상이 떠들썩하자 그는 “왜 이렇게 소란스러운지 모르겠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올해 116번째 생일은 런던 서부 서리의 요양원에서 가족들과 조용히 보냈다. 여러 언론의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다. 요양원 측은 “캐터햄이 따뜻한 메시지와 관심에 감사해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속도대로 생일을 보냈다”고 했다.
캐터햄은 에드워드 7세 통치기인 1909년 8월 21일 영국 햄프셔주에서 8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모험심이 강했던 그는 10대 시절 3주간 배를 타고 항해를 했고 18세 땐 인도로 건너가 영국인 가정에서 보모로 일했다. 1931년 육군 소령인 남편 노먼 캐터햄을 만나 홍콩과 지브롤터에서 생활하며 영국 아이들을 위한 보육원을 세웠다. 두 사람은 다시 영국으로 건너와 슬하에 두 딸 젬과 앤을 얻었다.
그는 살아있는 동안 타이태닉 침몰 참사(1912년), 러시아 혁명(1917년), 1차 세계대전(1914~1918년)과 2차 세계대전(1939~1945년) 등 굵직한 사건들을 지켜봤다. 2020년 110세 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걸렸지만 극복했다. 개인적인 아픔도 겪었다. 1976년 남편과 사별하고 2000년대 초 딸 젬이 사망했다. 2020년 앤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캐터햄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장수 비결에 대해 “누구와도 논쟁하지 않고 절대 다투지 않는다. 남의 말을 경청하고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는 “모든 기회가 어떤 결과를 가져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기회에 ‘예’라고 말하라”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고 모든 것을 절제하라”고 했다. 현재 그는 손주와 증손주들의 보살핌 속에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