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이좡에서 세계 최초로 문을 연 로봇 전문 판매장에서 판매 중인 로봇. 기사와 관련 없음. /이벌찬 특파원

중국 한 로봇 업체가 세계 최초의 ‘대리 임신 로봇’을 1년 안에 선보이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중국 중화망, 신경보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선전룽강촹반카이와로봇’이라는 업체 창업자 겸 대표이자 싱가포르 난양공대 박사인 장치펑은 지난달 1일 한 인터뷰에서 이 같은 계획을 알렸다. 해당 소식은 한 블로거가 국내 한 로봇 기업 창업자 장모 씨를 인터뷰한 영상을 통해 처음 전해졌다.

그는 이 로봇이 전통적인 시험관 아기 시술이나 대리모 임신과 달리 ‘로봇 엄마’가 임신부터 분만까지 인간의 경험 전 과정을 재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씨는 “팀이 개발 중인 ‘임신 로봇’은 인형 형태의 로봇 복부에 인공 자궁 역할을 하는 ‘임신 캡슐’을 넣어, 정상 수정·임신 과정을 거쳐 출산까지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 프로젝트는 2~3년 전부터 준비해 왔으며, 홍콩에 별도 회사를 세워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선전에서 테스트에 들어가고, 1년 내 시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격은 일반형 기준 10만위안(약 1900만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 매체들은 개발자 장치펑이 2014년 난양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60만위안(약 1억1600만원)의 연봉이 보장된 교편을 포기하고 로봇 업계에 뛰어들었으며, 업체를 창업해 음식점 로봇과 손님맞이·해설 로봇 시리즈 등을 만들어낸 이력을 소개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임신 로봇’이 기술적으로나 윤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산부인과 의사 장리솨이는 “출산은 단순히 아기를 낳는 과정이 아니라, 모체→태반→태아로 이어지는 복잡한 순환 시스템이 필수”라며 “현 기술로는 로봇이 전 과정을 대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동·청소년 심리 상담 전문가 주칭은 “로봇이 산모의 정서적 상호작용을 대신할 수 없다”며 “출생 아동이 자신의 출생 방식에 대해 의문을 품거나, 감정적 결핍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 즈푸 법률사무소 이성 변호사는 “로봇은 법적 주체가 아니므로, 임신·출산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