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부부가 31년 전 냉동된 배아를 기증받아 아기를 출산해 화제가 되고 있다.
30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에 거주하는 린지(35), 팀(34) 피어스 부부는 1994년에 냉동된 배아를 기증받아 임신에 성공했으며 지난 26일 아들을 품에 안았다.
피어스 부부가 기증받은 배아는 1990년대 체외인공수정(IVF·시험관) 시술을 시도하던 린다 아처드(62)가 냉동해 둔 것이었다.
아처드는 1994년 5월 남편과 배아 4개를 만들었고 그중 하나를 자궁에 이식해 30년 전 딸을 출산했다. 나머지 배아 3개는 저장고에 보관했다. 그 뒤 남편과 이혼한 아처드는 배아에 대한 법적 관리권을 갖게 됐다. 자녀를 더 갖길 원했던 그는 매년 약 1000달러에 이르는 보관료를 내며 배아를 저장해뒀다.
그러나 경제적 부담이 늘고 폐경이 오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냉동 배아를 폐기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배아를 기증하기로 했으나 30년 전 동결된 배아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고 한다. 1990년대 동결 기술이 구식이라는 편견과 이 배아를 통해 출산한 아기가 제대로 발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아처드는 그 무렵 ‘배아 입양’에 대해 알게 됐다. 배아 입양은 기독교 단체가 배아 기증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기증 대신 쓰는 표현이다. 아처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7년간 난임으로 고생하던 피어스 부부를 알게 됐고 이들에게 기증했다.
피어스 부부의 사례는 역대 ‘최고령’ 배아를 통한 출산으로 기록됐다. 앞서 2022년에 미국 오리건주의 한 여성이 30년 전 냉동된 배아로 쌍둥이를 낳은 사례가 있었는데, 린지 피어스의 출산은 배아의 나이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배아가 만들어졌을 때인 1994년 아버지인 팀 피어스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나이였다.
출산을 한 린지는 “아기가 정말 순하다. 우리에게 이런 소중한 아기가 왔다는 데에 경외심을 느낀다”며 “어떤 기록을 세울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우리는 단지 아기를 갖고 싶었다”고 했다.
피어스 부부의 임신을 도운 난임 클리닉은 생식 내분비학자이자 개신교 장로교 신자인 존 고든은 “모든 배아는 생명의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다”며 “건강한 아기로 자라날 수 없는 유일한 배아는 이식의 기회를 얻지 못한 배아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