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가족의 반대를 딛고 연애 결혼한 젊은 여성이 남성들에게 명예살인 당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자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사막 한가운데 픽업트럭과 SUV 차량 서너 대가 도착한다. 이어 열댓 명의 남성이 숄을 두른 여성을 끌어내린다. 이 여성은 이슬람 경전인 꾸란을 받은 뒤 한 남성에게 “나와 함께 일곱 걸음만 걷고, 그다음에 나를 쏴라”라고 말한다.
남성과 여성은 몇 발자국 함께 걸었고 여성은 “당신은 나를 쏘는 것만 허락받았다. 그 이상은 허락되지 않는다”고 말한 뒤 등을 돌렸다. 남성은 권총을 겨누더니 이내 방아쇠를 당겼다. 두 발의 총성에도 꼿꼿이 서 있었던 이 여성은 세 번째 총격에 고꾸라졌다. 쓰러진 여성 옆엔 이미 피투성이가 된 남성이 누워 있었고, 총을 든 남성은 쓰러져있는 두 사람을 향해 사격한다.
이 영상은 지난달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의 사막에서 촬영됐다. 논란이 커지자 발루치스탄주는 수사에 착수해 범행에 가담한 용의자 1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지 전통 부족회의(지르가)의 지시에 따라 젊은 부부를 총격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부 장관은 영상 속 부부에 대해 “연애 결혼을 해 1년 반 동안 숨어 지내다가 결국 발각됐다”며 “지르가가 이들을 속여서 돌아오게 한 뒤에 사형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사르프라즈 부그티 발루치스탄주 주지사는 성명에서 “테러법에 따라 사건이 접수됐고 용의자가 체포됐다”며 “이 극악무도한 사건을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집안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등의 이유로 가족 구성원을 살해하는 명예살인이 벌어지고 있다. 인권단체 파키스탄 인권위원회(HRCP)에 따르면 작년 파키스탄에서 확인된 명예살인은 최소 405건이다. 매년 여성 약 1000명이 살해되는 등 대다수 희생자가 여성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2016년 희생자의 가족이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을 일부 폐지하는 등 명예살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지만 명예살인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