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가 급증하자 국가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인콰이어러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필리핀 보건부는 올해 1∼3월 HIV 신규 감염 건수가 5101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일평균 56건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감염 건수(3409건)와 비교하면 50% 가까이 늘었다.
특히 청년층 사이에서 신규 감염자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15~25세 연령대의 HIV 발병 건수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500% 증가했다고 보건부는 밝혔다. 올해 보고된 최연소 감염자는 팔라완에 사는 12세 소년으로 성 접촉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올해 1분기 HIV 감염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발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45명으로 나타났다.
테오도로 허보사 보건부 장관은 “필리핀이 서태평양 지역에서 HIV 감염이 가장 빠르게 느는 나라”라며 “이런 추세대로라면 필리핀에서 HIV 감염자 수가 4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HIV에 대해 국가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필리핀에서 국가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언은 대통령의 권한이다.
HIV 전파 경로는 주로 성 접촉으로 분석됐다. 특히 최근 보고된 사례의 83%는 남성 간 성교와 관련이 있다고 보건부는 지적했다. 허보사 장관은 HIV가 이제 더 이상 사형 선고가 아니고 치료가 가능한 만큼 HIV 검사·예방·치료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