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이치로가 MLB 명예의 전당 헌액 투표 결과가 공개된 뒤 시애틀 매리너스 홈구장 T모바일파크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자신의 배번 51이 적인 저지를 옆에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스즈키 이치로(51)를 유일하게 반대한 주인공은 끝내 비밀에 부쳐졌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4일(현지 시각) 올해 MLB 명예의 전당 투표에 참여한 394명 가운데 321명의 투표 내용을 공개했는데 이들 모두 이치로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 내용 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나머지 73명에 이치로의 입성을 반대한 1명이 포함된 것이다.

명예의 전당 투표권은 MLB에서 10년 이상 취재한 BBWAA 소속 취재진에게 주어진다. 기자는 명예의 전당 후보들 가운데 최대 10명까지 선택할 수 있다. 무기명 투표가 원칙이지만 투표한 사람이 자신의 투표 내용 공개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

이치로는 1월 말 전체 394표 가운데 393표(득표율 99.75%)를 얻어 아시아 국적 선수 최초로 MLB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것이라고 예상됐으나 딱 한 명의 반대로 만장일치가 무산됐다. 이치로에게 표를 주지 않은 사람이 밝혀지려면 당사자가 직접 밝히는 방법밖에 없다.

지금까지 MLB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만장일치 지지를 받은 선수는 2019년 마리아노 리베라(56) 뿐이다. 2020년 뉴욕 양키스 데릭 지터도 1표 모자른 99.7% 지지를 받았었다. 당시 지터에게 투표하지 않은 기자도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만장일치를 좌절시킨 기자를 향한 반응은 좋지 않다. 명예의 전당 투표권을 가진 ‘뉴욕포스트’ 기자 존 헤이먼은 지난달 “이치로가 1표차로 만장일치에 실패했다. 앞으로 나와라 멍청아”라고 비난했다. ‘디애슬레틱’ 크리스 커슈너는 “정말 멍청한 행동”이라고 했다. 한 소셜미디어 계정은 이날 BBWAA 회원 명단을 올리고선 이치로에 투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인물 색출에 나서기도 했다.

이치로는 지난달 24일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 MLB 명예의 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게 투표하지 않은 한 분을 집에 초대해 술 한잔을 함께 마시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치로는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하며 MLB에 데뷔했다. 그는 타격왕 2회, 올스타 10회를 기록했고 통산 타율 0.311, 홈런 117개, 780타점, 509도루 등 공격과 수비, 주루를 겸비한 외야수로 큰 인기를 끌었다. 2004년에는 안타 262개를 생산해 MLB 통산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올해 명예의 전당 헌액 행사는 오는 7월 말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 MLB 명예의 전당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