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첫 날인 지난 23일(현지시각) 방콕의 쇼핑몰 행사장에서 남성 동성 부부가 사진을 찍기 위해 자세를 잡고 있다. / AFP 연합뉴스

태국에서 동성 간 결혼이 합법화된 첫날 1800쌍 넘는 커플이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태국에선 동성 간 결혼을 허용하는 결혼평등법이 23일(현지시각)부터 발효됐다. 동남아시아에서 동성 결혼 합법화는 태국이 처음이다. 아시아에서는 대만, 네팔에 이어 세 번째다.

AP통신에 따르면 태국 지방행정부는 동성 결혼 합법화 첫날 전국에서 1832쌍의 동성 커플이 혼인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1000쌍 이상이 지방 사무소에 혼인신고를 했으며 방콕 대형 쇼핑몰 시암 파라곤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선 최소 190쌍이 결혼했다.

이 행사에서 신혼부부들은 세타 타위신 전 총리의 에스코트를 받아 LGBT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카펫 위를 행진, 행사장에 입장했다. 세타 전 총리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녀 2개의 성별만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최근에 한 나라의 지도자가 두 가지 성별만 있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패통탄 친나왓 총리는 엑스(옛 트위터)에 “오늘 무지개 깃발이 태국 위에 자랑스럽게 날리고 있다”고 썼다.

이날 결혼한 연인 중에는 배우 아피왓 포르쉬 아피왓사이리와 사파뉴 암 파나트쿨이 포함됐다. 사파뉴는 “모든 종류의 사랑, 모든 종류의 가족이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믿기 때문에 우리만의 방식으로 가족을 꾸릴 수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중년의 레즈비언 커플인 수말리 수드사이넷(64)과 타나폰 초콩숭(59)도 10년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10년 전 지인의 소개로 알게됐으며 불교를 통해 가까워졌다고 한다. 수말리는 AFP통신에 “동성 결혼 합법화로 우리의 존엄성이 높아졌다. 이성애 커플과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됐다”며 “오늘의 내 감정은 너무나 벅차서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했다.

태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첫 날인 지난 23일(현지시각) 태국 방콕 행사장에서 여성 동성 부부가 입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태국은 성소수자(LGBT)를 포용하는 나라로 잘 알려져 있으나 불교 국가로서의 보수적인 가치관과 빈번한 쿠데타로 인한 정치적 혼란 등으로 결혼평등법이 통과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AFP는 설명했다.

태국 하원과 상원은 각각 작년 3월과 6월 결혼평등법을 통과시켰고 그해 9월 국왕이 이를 승인했다. 새 법은 기존 ‘남녀’, ‘남편과 아내’라는 용어를 ‘두 개인’, ‘배우자’ 같은 성 중립적 용어로 바꿔 18세 이상이 되면 성별과 관계 없이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했다. 상속, 세금 공제, 입양 등 다른 권리도 일반 부부와 동일하게 부여했다.

한편 동성결혼은 네덜란드가 2001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합법화했다. 이후 30개국 이상이 동성커플의 법적 지위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