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령자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스페인의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가 117세로 영면에 들었다.
20일(현지시각)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모레라는 20년간 거주해오던 스페인 카탈루냐의 한 요양원에서 눈을 감았다. 유족도 이날 모레라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는 생전 원했던대로 평화롭고 고통 없이 잠든 채 세상을 떠났다”고 알렸다.
모레라는 1907년 3월 4일 미국에서 태어났다. 한반도에선 고종 황제가 강제 퇴위하기 직전이었다. 모레라가 2살이 되던 1909년에는 2200여명을 태우고 침몰한 비운의 타이태닉호가 건조됐다.
그는 117년 168일을 살며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1936∼1939)을 겪었다. 모레라의 가족은 제1차 세계대전 와중인 1915년 고국인 스페인으로 돌아가려고 대서양을 횡단하는 배에 올랐으나 항해 도중 아버지가 바다 위에서 숨지는 비극을 겪었다. 모레라도 당시에 사고로 한쪽 귀의 청력을 잃었다.
모레라는 1931년 의사와 결혼해 가정을 이뤄 40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 슬하에 자녀 3명과 손자 11명, 증손자 13명을 뒀다. 그는 1976년 남편을 보냈다. 자녀 중 1명은 86세 때 트랙터 사고로 어머니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1918년 스페인 독감과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두 번의 팬데믹도 무사히 지나갔다. 그는 113세를 맞은 2020년 5월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곧 건강을 되찾았다고 한다.
모레라는 생전 자신의 장수 비결에 대해 “타고난 것”이라면서도 “가족,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자연과 접촉하며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살고, 걱정이나 후회 없는 긍정적인 태도와 해로운 사람을 멀리한 덕분에 오래 살았다”고 했다.
모레라의 장수 원인을 분석한 바르셀로나 대학교수도 작년 한 인터뷰에서 “모레라는 4살 때 일을 선명하게 기억할 만큼 정신이 또렷하다”며 “신체가 노쇠하고 청력 문제가 있는 것 외에는 노인에 흔한 심혈관 질환도 없다”고 했다.
모레라는 요양원에 머물면서 ‘슈퍼 카탈루냐 할머니’란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어 외부와 소통했다. 그의 계정 프로필에 “나는 늙었지만, 아주 늙었지만, 바보는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모레라 사망 전날 이 계정엔 “나는 약해지고 있다. 그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울지 마라. 나는 눈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를 위해 걱정하지 마라. 내가 가는 곳에서 나는 행복할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든 나는 항상 너희와 함께 할 것이다”라며 임종을 암시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는 작년 1월 기네스 세계기록에 세계 최고령자로 공식 등록되기도 했다. 모레라가 세상을 떠나면서 전 세계 최고령자 타이틀은 116세인 일본인 이토오카 토미코가 넘겨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네스 세계 기록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 최장수 기록은 1875년 2월 21일에 태어나 122세를 넘긴 프랑스인 잔 루이즈 칼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