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SF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가 인기를 끌면서, 이를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억만장자 독살 사건’도 재조명되고 있다.
2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 게임회사 유주게임즈의 린치(林奇) 회장은 2020년 12월 25일 당시 39세 나이로 요절했다. 린 회장은 바링허우(80년대생) 기업가의 대표 인물 중 하나로, 그의 죽음은 중국에 큰 충격을 줬다.
린 회장은 2009년 게임회사 유주를 차렸고, 온라인 게임 ‘36계’를 출시하며 대박을 쳤다. 그는 외국 영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미국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게임을 제작하기도 했다. ‘중국판 포브스’ 후룬은 2020년 유주의 시가총액이 2조원이 넘고, 유주 지분 24%를 보유한 린 회장의 개인 재산은 약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그는 ‘2020년 전 세계 자수성가 청년 부호’ 43위에 오르기도 했다
린 회장은 생전 중국 작가 류츠신의 소설 ‘삼체’에 큰 관심을 가졌다. 2015년 아시아 최초로 ‘SF의 노벨문학상’라 불리는 휴고상을 받은 작품이다. 린 회장은 삼체를 SF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만들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이 꿈을 실행하기 위해 2014년 그는 거액을 들여 삼체의 판권을 확보했고, 미국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각색한 데이비드 베니오프 및 대니얼 브랫 와이스, 넷플릭스와 접촉하기도 했다.
린 회장의 운명은 미국 유학파인 쉬야오(許垚‧43) 변호사와 악연으로 뒤바뀐다. 린 회장은 당초 쉬야오를 유주게임즈의 자회사인 ‘삼체우주’의 CEO로 영입했다. 그러나 린 회장이 실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쉬야오의 CEO직을 박탈하고 연봉을 대폭 삭감했다. 삼체 영화 계획이 지지부진하자 쉬야오에게 20억위안(3400억원)의 배상금을 요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이후 쉬야오는 린 회장에 대한 복수를 꾀했다. 쉬야오는 치밀하게 독살 계획을 세웠다. 상하이 외곽에 연구실을 차려놓고 다크웹에서 구매한 독약 수백 종을 개와 고양이 등을 대상으로 실험까지 했다. 쉬야오는 폐암 3기의 고교 화학 교사가 마약을 제조해 범죄의 세계에 뛰어든다는 줄거리의 미국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쉬야오는 2020년 9월부터 12월까지 독극물이 든 커피와 위스키, 식수를 집중적으로 사무실에 반입했다. 홍콩 봉황TV는 “살해 음모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기괴하다”고 했다.
쉬야오는 린 회장이 사망하기 열흘 전 유산균이라며 그에게 독성물질이 든 알약을 건넸다. 린 회장은 이 약을 복용한 뒤 급격히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했으나 결국 2020년 12월 25일 숨졌다. 유주 사무실에서 독성 음료를 마신 4명도 병원에 실려갔으나 다행히 목숨은 건진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그해 12월 쉬야오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체포 당시 쉬야오는 어떤 독극물을 썼는지 끝내 밝히지 않은 탓에, 의사들은 린 회장을 살리는 데 실패했다. 상하이 법원은 지난달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한편 지난달 21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는 400년 후로 예정된 외계인의 침공과 이를 막기 위한 과학자들의 투쟁을 그리고 있다. 이 시리즈에는 편당 2000만 달러(약 27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사상 두 번째로 많은 제작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