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NYT)가 한국에서 잇따라 폭로가 나오고 있는 유명인들의 학교폭력 논란에 대해 조명했다. 이 매체는 “대중들은 학폭 고발을 통해 유명인들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방식을 지지하지만 일각에선 지나치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NYT는 3일(현지시각) ‘유명인사가 싫어하는 관심: 괴롭힘 고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학폭 논란으로 퇴출된 한국의 유명인들을 소개했다. 중학교 시절 동료에게 폭언과 협박한 사실이 알려지며 프로배구 리그에서 퇴출당한 이재영, 이다영 자매와 학폭 의혹 속에 하이브와 계약을 종료한 걸그룹 르세라핌의 전 멤버 김가람이다.
또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자녀의 학교 폭력 사실이 밝혀지며 낙마된 취소된 정순신(56) 변호사의 사례도 들었다. NYT는 “윤석열 대통령은 정 변호사가 언어 폭력을 가한 아들을 두둔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임명을 철회했다”고 했다.
매체는 유명인들이 과거 학폭에 대해 제대로 처벌 받지 않아서 뒤늦게 폭로가 터지는 것이라고 봤다. 노윤호 변호사는 “한국에서 학폭에 대한 처벌은 미국보다 약한 경향이 있다”며 “학폭은 정학이나 퇴학 사유에 해당하는 데도 한국의 많은 학교들이 사회봉사나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리는 데 그치곤 한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학폭 폭로가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이뤄져 진위 확인이 어렵고 과장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또 “일부 유명인의 경우 잘못에 비해 지나치게 과한 벌을 받고 있다”며 KBO리그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의 사례를 들었다.
안우진은 고교 시절 ‘야구부 후배 폭행’ 이력이 문제가 돼 2017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에서 자격정지 3년 징계를 받았다. 이 징계 기간이 끝났지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국가대표팀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NYT는 “안우진은 자신을 둘러싼 학폭 보도가 과장됐다는 입장이지만 야구팬들은 안우진이 명단에서 빠진 것이 맞다고 본다”며 “한국인들은 안우진이 고교 시절 받은 봉사활동과 서면 사과라는 징계 수위가 가볍다고 인식해 더욱 분노하는 것”이라고 했다. 안우진을 대리하는 백성문 변호사는 “안우진은 학교 폭력을 저지른 악마로 비춰지는 것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미 앨라배마대에서 범죄학을 연구하는 김지훈씨는 NYT에 “많은 한국인은 학폭이 피해자의 삶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파괴한다고 생각한다”며 “학교 가해자들의 커리어를 망가뜨린다는 것은 자업자득으로 보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