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0일(현지 시각) 즉위 50주년을 맞아 왕립 극장을 방문한 마르그레테 2세 덴마크 여왕. /AP 연합뉴스

마르그레테 2세 덴마크 여왕이 손자 4명의 왕족 지위를 박탈한 데 대해 “왕실을 시대에 맞춰 유지하는 건 여왕으로서 나의 의무이자 바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마르그레테 여왕은 지난달 29일 차남 요아킴 왕자의 자녀 4명에 대해 왕자‧공주 지위를 박탈했다. 덴마크 왕실은 “유럽 국가들이 왕실을 축소하는 추세이며 손주들이 평범한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요아킴 왕자는 “아이들의 정체성을 빼앗는 일”이라며 갑작스러운 결정에 반발했다.

논란이 일자 마르그레테 여왕은 지난 3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여왕은 “여왕으로서 결정을 내렸지만, 어머니와 할머니로서는 이 일이 아들의 가족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지를 과소평가했다”고 전했다. 이어 “내 아들과 며느리, 손주는 내게 큰 기쁨이자 자랑”이라면서도 “이 상황을 잘 이겨내고 평화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결정 번복은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지난 9월 11일(현지 시각)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덴마크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의 즉위 50주년 오찬에 참석한 요아킴 왕자 가족. 왼쪽부터 펠릭스 왕자, 마리 왕자비, 요아킴 왕자, 아테나 공주, 헨릭 왕자, 니콜라이 왕자. / AFP연합뉴스

이런 결정에 따라 요아킴 왕자의 자녀인 니콜라이(23), 펠릭스(20), 헨릭(13), 아테나(10)는 내년 1월부터 왕실 존칭을 사용하지 못한다. 다만 백작 지위와 왕위 계승 서열은 변하지 않는다. 현재 왕위 계승 서열 1위는 여왕의 장남 프레데릭 왕세자이며, 2위는 프레데릭 왕세자의 아들 크리스찬 왕자다. 여왕은 프레데릭 왕세자 자녀 4명의 왕족 지위는 유지했다.

82세의 마르그레테 여왕은 1972년 1월 왕위에 올라 올해 즉위 50주년을 맞았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난달 서거하면서 유럽 최장수 군주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