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20년 경력의 앵커가 정식 재판을 앞두고 있다. 중국이 구체적인 혐의나 재판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이 앵커가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확진자가 처음 나온 중국 후베이성의 우한시를 취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29일(현지시각) ABC호주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태생의 호주 국적 앵커 청레이(成蕾·47)가 오는 31일 베이징 제2중급법원에서 간첩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중국 당국에 지난 2020년 8월 중순 ‘해외 불법 국가기밀 제공죄’ 혐의로 체포된 지 1년 7개월 만이다. 중국은 그가 지난 20여년간 중국 관영방송국 CCTV에 근무하며 간첩으로 활동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975년 중국 후난성 웨양에서 태어난 청레이는 1985년 부모와 함께 호주 멜버른으로 이민을 떠났다. 여기서 호주 명문인 퀸즐랜드 대학을 졸업했고, 2000년 호주 물류회사에 취업하면서 중국으로 파견 근무를 갔다. 그리고 2002년 CCTV 경제채널 영문 앵커 응시에 합격하면서 방송계에 입문했다.
이후 미국 CNBC에서 싱가포르, 상하이 특파원으로 활동하다가 2012년부터 CCTV 영어방송 채널인 CGTN 앵커를 맡았다. 청레이는 이러한 과정에서 호주와 미국을 위해 중요한 정보를 훔쳐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다만 중국은 청레이가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를 어떻게 넘겼는지 밝히지 않았다.
청레이의 재판은 중국과 호주의 외교적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8월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국제규범에 따라 정의의 기본기준, 절차적 공정성, 인간적 대우 등이 충족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재판을 앞둔 26일 재차 “중국 정부에 공정하고 정의로우며 인도주의적인 절차에 부합하는 재판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중국 사법 기관이 법률에 따라 사안을 처리했다. 합법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기원과 관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청레이가 체포 직후인 2020년 9월 호주는 코로나 바이러스 기원 조사를 세계보건기구(WHO)에 촉구했다. 이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청레이가 남긴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체포되기 전 “취재를 위해 우한으로 보내달라고 상사에 부탁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바이러스의 기원에 관해 많은 의심이 든다” “우한에서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와 같은 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