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 살던 교민 정재근씨와 가족은 폴란드 돌호비초크에 있는 국경 검문소를 지나 국경을 넘었다. 태극기가 부착된 차를 운전한 정씨 가족이 취재진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 /YTN

“며칠 동안 포탄과 전투기가 우리 머리 위를 날아가고, 집 근처에 포탄이 떨어졌다.”

가까스로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한 교민 정재근씨의 말이다. 11일 YT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 살던 정씨와 가족들은 폴란드 돌호비초크에 있는 국경 검문소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의 국경을 넘었다.

정씨는 전황이 안 좋아지자 두 남동생과 어머니, 거동이 불편한 80대 할머니를 모시고 피란길에 올랐다. 정씨의 아버지는 시민들을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 가족은 키이우를 떠나 우크라이나 서쪽 도시 르비우에 잠시 머무른 뒤, 검문소를 통해 폴란드에 도착했다. 키이우에서 르비우까지 원래 6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지만 전쟁으로 검문이 심해 18시간 넘게 걸렸다고 한다.

2016년부터 21개월간 군복무를 지낸 정재근씨. /YTN

정씨 가족이 탄 차량에는 태극기가 부착돼 있다. 정씨는 2016년부터 21개월간 한국에서 군복무를 마쳤다. 그는 “한국어를 잘 못해서 (군대 생활이) 처음에 어려웠지만, 작업하고 업무하면서 괜찮아졌다”고 했다. 정씨 아버지는 우크라이나에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현지에서 결혼해 정착했다.

이들은 당분간 폴란드에 있는 지인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정씨는 “전쟁 끝난 후에 집이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폭탄이 떨어질 수도 있고”라며 “(우크라이나로 돌아갈지는) 고민 중이다. 잘 모르겠다”고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10일 오후 10시(현지 10일 오후 3시) 기준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한국 국민은 30명이다. 공관원과 크림(크름)지역 체류 교민, 정부 허가 없이 입국한 국민 등은 제외된 수치다. 30명 중 11명은 조만간 출국할 예정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