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애완 침팬지가 내 친구 얼굴을 공격해요”
샌드라 해롤드(당시 70)가 울면서 구조대에 도움을 요청했다. 신고 12분만에 샌드라 집에 도착한 경찰은 날뛰는 침팬지를 마주했다. 이 침팬지는 경찰이 쏜 총을 4번 맞고 나서야 사망했다. 공격당한 샌드라의 친구 샤를라 내시(당시 58)는 눈, 코, 입 등 안면 부위 부상이 심각했고, 손도 거의 다 뜯긴 상태였다. 샤를라는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받았지만, 결국 얼굴과 손을 잃고 말았다.
18일(현지시각) 영국 미러는 지난 2009년 2월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발생한 이 사고를 보도했다. 당시 내시는 샌드라로부터 침팬지를 우리에 넣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집을 찾아갔다. 샤를라가 집에 도착하자, 샌드라가 키우는 침팬지 ‘트래비스’가 갑자기 달려들기 시작했다. 놀란 샤를라와 샌드라가 뜯어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샌드라가 삽으로 트래비스의 머리를 때리기도 했지만, 이후 도착한 경찰이 총을 쏘기 전까지 속수무책이었다.
샤를라의 부상은 심각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이 샤를라의 성별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였다. 눈과 코, 입, 손 등 다수 부위를 침팬지에 뜯긴 그는 앞을 보지 못하고 홀로 밥도 못 먹게 됐다. 또 손 이식 수술은 실패했다.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그는 수년 동안 얼굴을 가리고 다녔다. 샤를라는 2011년 20시간에 걸친 안면 이식 수술을 받아 얼굴을 복구할 수 있었다.
지난 2016년 얼굴을 가리지 않고 한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 나선 샤를라는 “(눈을 다쳐) 울지 못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며 “이제는 다시 삶을 사랑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밖에도 나간다”며 “다시 일하고 싶고, 예전처럼 취미로 말을 타고 싶다”고 했다.
샤를라를 공격한 침팬지 트래비스는 태어난 지 3일 만에 샌드라가 집으로 데려와 14년 동안 함께 지냈다. 샌드라는 남편이 죽은 후에 트래비스를 친아들처럼 키웠다. 트래비스는 샌드라를 따라 나가 외식하기도 했고, 마치 사람처럼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잔디를 깎기도 했다. 그런 트래비스가 갑자기 공격성을 드러낸 이유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샌드라는 사고 당일 트래비스가 유난히 화를 내서 항불안제를 먹였다고 했다.
사고 이후 샌드라는 언론에 “트래비스는 내가 직접 낳은 자식보다 더 내 자식으로 키웠다”며 “사람도 때로 다른 사람을 죽인다. 이번 일도 그런 일 중 하나”라고 했다. 트래비스가 침팬지라서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끔찍한 인간이 아닌 것처럼, 트래비스도 끔찍한 침팬지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샌드라는 사고 발생 15개월 뒤인 2010년 5월 지병으로 사망했다. 이후 2012년 현지 고등법원은 샌드라의 유가족이 샤를라에게 보상금 400만달러(약 47억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같은 해, 유가족은 샌드라의 재산을 처분해 모두 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