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영화 ‘이터널스’가 일부 중동 국가에서 상영 금지 처분을 받았다. 동성애가 등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등 일부 중동 국가가 영화 '이터널스'의 동성간 키스신 등을 문제 삼으면서 개봉이 금지됐다고 4일(현지시각) 더힐 등이 보도했다. /마블 스튜디오

미국 매체 더힐은 지난 4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등 일부 중동 국가가 ‘이터널스’에 삽입된 동성 간 키스신 때문에 영화 상영을 금지했다고 전했다. 논란이 된 장면은 극중 슈퍼 히어로 파스토스(브라이언 타이리 헨리)가 그의 남편 벤(하즈 슬레이먼)과 키스하는 모습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동성애가 불법이며, 적발되면 극형에 처해질 수 있다.

쿠웨이트와 카타르에선 영화 속 신을 묘사하는 장면도 ‘신성 모독’이라며 문제 삼았다. 마블 스튜디오 측은 문제를 제기한 중동 국가들에 대해 ‘이터널스’를 배급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아랍에미리트(UAE)와 요르단, 레바논, 이집트 등 국가에서는 모든 성적인 장면이 삭제된 버전이 상영된다.

영화에서 전쟁의 여신 테나 역을 맡은 안젤리나 졸리는 5일 호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동 국가들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슬프다”면서도 “마블이 해당 장면들을 편집하지 않은 것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졸리는 “파스토스 가족이 이룬 관계와 사랑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국가가 여전히 있는 이 세상에서 우리 어떻게 살고 있는 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동성애 장면에) 화가 나거나 위협을 느끼거나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무지한 것”이라고 했다.

영화 ‘이터널스’는 수천 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는 개봉 이후 미국·캐나다에서 7100만 달러(약 840억8000원)에 달하는 티켓 수익을 올리면서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에서 지난 3일 개봉한 ‘이터널스’는 8일까지 누적 관객수 171만 8598명을 모으며 국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