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 상게 원숭이 숲의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고 있다. /AP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유명 휴양지 발리섬의 원숭이들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으로 인한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섬을 찾는 관광객이 줄자, 이들이 나눠주던 원숭이의 최대 관광 수입인 ‘바나나’도 뚝 떨어진 것이다. 결국 굶주린 원숭이들이 민가로 내려와 먹거리를 털어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3일(한국시각) AP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발리섬 상게 지역 숲에 서식하는 회색 긴꼬리 원숭이들이 최근 보호구역에서 500여m 떨어진 마을까지 내려오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원숭이들은 관광객들이 주는 바나나와 땅콩 등을 먹으면서 지냈는데,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뜸해지면서 먹이가 줄었기 때문이다. 민가로 내려온 원숭이들은 집 지붕 위에 가만히 앉아 때를 노리다가, 과자 등을 발견하면 낚아채 달아난다. 또 주민들이 종교적인 의식을 위해 집 문 앞에 음식을 내놓을 때마다 원숭이들이 음식을 움켜쥐고 급히 도망친다.

이 원숭이 숲에는 약 600마리의 원숭이가 살고 있다. 아직까지 원숭이들의 공격은 게릴라성에 그치고 있지만, 수백 마리의 원숭이가 언제 마을을 총공격할지 몰라 주민들은 초긴장 상태다. 사스카라 구스투 알릿은 “원숭이들이 사납고 공격적으로 변할까 봐 겁이 난다”고 했다. 주민들이 이따끔씩 원숭이 숲에 들러 땅콩과 과일을 나눠주기도 한다. 그러나 주민들 역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음식 기부마저도 점점 줄고 있는 실정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원숭이가 사람과 교류하는 모습 /픽사베이

코로나 이전 발리섬의 외국인 관광객은 연평균 500만명에 달했다. 상게 원숭이 숲에는 월 6000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코로나 확진자 급증으로 인도네시아 정부가 관광 목적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면서, 이제 아무도 원숭이 숲을 찾지 않게 됐다. 원숭이 숲 관리자는 “카사바 200㎏과 바나나 10㎏을 사려면 원숭이들의 하루 식비가 85만루피아(약 6만원)이 든다”면서 “관광 수입이 끊겨 먹이 살 돈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원숭이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고 싶어서 마을로 내려온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 원숭이들은 매일 수천 명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왔다. 육두구 나무에서 그네를 타고 섬 안의 사원에서 뛰어놀다가도, 사람이 땅콩을 주면 그들의 무릎과 어깨에 앉아서 먹곤 하는 게 일상이었다. 때로는 관광객들의 선글라스나 물병을 훔치기도 했다. 알릿은 “원숭이들이 배고픈 것 이상으로 지루해하고 있다”면서 “마을 주민과의 교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