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엔진이 달린 특수제작 옷 '윙수트'를 입고 하늘을 나는 뱅스 르페. /EPA 연합뉴스

특수 제작한 장비 ‘윙수트’를 착용하고 영화 속 수퍼히어로처럼 실제로 하늘을 날던 ‘두바이 제트맨’ 뱅스 르페(36)가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인 스턴트맨인 르페는 지난해 11월 두바이 사막에서 비행훈련 중 추락해 숨졌다. 사고 이후 두바이 당국은 사고 경위 조사에 착수했다.

18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ABC방송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민간항공청은 지난 15일 사고조사 보고서에서 르페가 비행 중 추락할 때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윙수트에는 사고에 대비해 비상용 낙하산이 내장돼 있는데, 르페가 이를 펼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윙수트에 기계적 결함은 없었다. 낙하산이 제대로 펴지지 않은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UAE 민간항공청은 밝혔다.

/유튜브 X두바이

르페는 추락 당시 240m 상공에서 중심을 잃고 제자리 비행(호버링)을 했다. 르페는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훈련을 시작하기 전 호버링을 하게 되면 비행을 포기하고 낙하산을 펼치기로 했지만, 예상과 달리 낙하산은 펴지지 않았다. 낙하산은 르페가 추락한 후에야 작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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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페는 지난해 2월 미니 제트엔진 4개가 달린 탄소섬유로 만든 ‘윙수트’를 입고 지상에서 이륙해 고고도 비행에 성공하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윙수트를 입으면 최고 6100m 상공까지 날아올라 시속 407km의 속도로 날 수 있다. 비행 시간은 최대 13분.

르페는 2015년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에어버스사의 A380 여객기와 나란히 두바이 상공을 비행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고층 건물이나 절벽 등 높은 곳에서 낙하산을 타고 강하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베이스 점프’를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에서 시도해 성공했다. 830m의 부르즈 칼리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르페는 이런 이유로 ‘두바이 제트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윙수트를 입은 뱅스 르페가 UAE 두바이 상공에서 에어버스사의 여객기 A380과 나란히 비행하는 장면.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