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주먹’으로 유명한 전직 복서 마이크 타이슨(54·미국)이 15년 만의 복귀전으로 약 110억원(추정치·1000만 달러)을 벌었다. 경기 시간으로 계산해보면, 분당 약 6억8750만원씩 총 16분 만에 벌어들인 수입이다.
마이크 타이슨은 29일(한국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4체급 석권 전설을 썼던 로이 존스 주니어(51·미국)와 이벤트 무관중 경기를 펼쳤다. 현역 시절엔 성사되지 않았던 경기였다. 타이슨은 링 복귀를 위해 45kg을 감량했다.
이날 경기는 은퇴한 두 복서의 나이를 고려해 2분 8라운드로 치러졌다. 또 12온스 글러브를 착용했다. 프로 선수들이 착용하는 10온스보다 더 크고 두툼하기 때문에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선수 중 한 명의 피부가 찢어지거나 경기 양상이 KO쪽으로 흘러가면 주심은 경기를 중단하기로 했다.
둘 모두 사력을 다해 싸웠지만, 세월을 거스리는 건 쉽지 않았다. 타이슨은 1라운드부터 묵직한 펀치를 날렸고, 존스는 빠르게 움직이며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타이슨의 강펀치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1라운드(2분) 종료를 알리는 공이 울린 후부터 둘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힘에 부치다보니 서로 부둥켜안는 경우가 많았다. 마지막 8라운드가 끝나자, 둘은 안도한 듯 포옹했다.
비공식 시합이기 때문에 승자와 패자를 가리지는 않았다. 다만 세계복싱평의회(WBC)는 전직 복서 3명으로 비공식 채점단을 꾸린 뒤 무승부를 선언했다. 타이슨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1986년 당시 최연소(20세) WBC 헤비급 챔피언에 오른 타이슨은 통산 58전50승2무6패 중 KO승만 44차례 거뒀다. 2005년 케빈 맥브라이드에게 6라운드 KO패를 당한 뒤 은퇴했다. 1997년 에반더 홀리필드를 상대하다 귀를 물어뜯고 반칙패해 ‘핵이빨’이란 별명도 얻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존스는 1989년 프로 데뷔해 미들급, 수퍼미들급, 라이트헤비급, 헤비급까지 4체급을 석권했다. 2018년 은퇴까지 75전 66승(47KO) 9패를 기록했다.
싱거운 무승부로 끝났지만, 양쪽 모두 만족할만한 두둑한 대전료를 챙겼다. 상당한 수준의 페이퍼뷰(PPV·유료 시청)가 보장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둘의 대결을 보려면 49.99달러(약 5만5000 원)를 내야 했다. 이번 경기로 존스는 300만 달러(약 33억원)를 번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타이슨의 복귀전을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에 관한 다큐멘터리 ‘라스트 댄스’가 올해 초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과 같은 사회 현상으로 봤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점점 과거에 진한 향수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와 관련한 끊임없는 뉴스는 희망찬 내일을 상상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우리들은 우리가 아는 친숙한 것에 매달린다”고 분석했다.
한편 타이슨은 경기 전부터 수입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다양한 자선단체에 모든 수익을 기부할 것이다. 그러니 내가 많은 대전료를 받는 것에 대해 질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 시합을 하는 이유는 내가 여전히 권투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야후스포츠 등 현지 언론들은 기부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