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오른쪽)와 그의 에이전트 멘데스

◇축구 재능이 없다면...중개 잘하면 돈방석...전세계 에이전트 시장 최소 7000억원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뒤에서 여유롭게 미소짓는 이 남자. 해외 축구 팬들이라면 단번에 알아 챌 수 있을지 모른다. 호날두의 에이전트인 호르헤 멘데스(54 포르투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작년 10월 밝힌 스포츠 에이전트 파워 랭킹에 따르면, 멘데스는 1억1800만 달러(1407억 원)를 벌어 전체 3위에 올랐다. 그는 올해 여름 시장에선 선수 이적 수수료로만 2000만 유로(약 273억원) 가까이 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해 말 연간 통계를 발간하면서 “올해 축구선수가 다른 나라 리그로 옮기면서 발생한 이적료 중 에이전트 수익은 6억5000만 달러(약 7754억 원) 이상”이라며 “지난해보다 무려 19.3%가량 늘어났다”고 밝혔다. FIFA에 따르면 2019년 국가 간 이적에 따른 에이전트 수수료 중 80%가 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주요 리그에서 나왔다.

즐라탄과 라이올라 게티이미지코리아

이탈리아 AC밀란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옆에 있는 이 남자는 누굴까. 즐라탄의 팬클럽 회장처럼 보이는 그는 세계 축구계 수퍼 에이전트로 불리는 미노 라이올라(53 네덜란드)다.

그가 거느린 선수만 봐도 중소 기업 뺨치는 규모다. 즐라탄을 비롯해 잉글랜드 맨유의 폴 포그바, 이탈리아 AC밀란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 최근 가장 핫한 신예 공격수로 떠오른 엘링 홀란드(도르트문트) 등.

미노 라이올라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돈이 많고 영향력이 큰 에이전트다. 젊은 시절 피자가게 서버였던 라이올라는 그 당시 가게를 방문한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스포츠 디렉터였던 루치아노 모지에게 에이전트가 돈이 된다는 조언을 듣고 결심했다. 그 결심은 그의 인생을 바꿨다. 1992년 25살의 나이에 벌써 자신의 중개 사무소를 개업했고, 에이전트로서 수완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무려 7개의 외국어를 구사하며 대형 선수들을 관리하기 시작한 그는 지난 2016년 유벤투스 소속이었던 폴 포그바를 맨유로 이적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수수료로 약 2000만~2500만 유로(당시 약 230억~300억원)가 라이올라의 주머니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단 한 건으로 평범한 직장인이르면 평생 구경도 못할 돈을 번 셈이다.

물론 이 둘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에이전트라는 점을 감안하자. 이들의 수입은 수많은 에이전트들 가운데 으뜸이다.

FIFA(국제축구연맹) 지아니 인판티노 회장

◇FIFA “현재 수수료 지급, 도가 지나쳐” 칼 빼들어

라이올라 같은 수퍼 에이전트의 억 소리나는 수수료 얘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전세계 클럽들은 가뜩이나 높은 이적료에 에이전트의 수수료를 따로 챙겨주다보니 허리가 끊어질 지경이라고 호소해왔다.

결국 FIFA(국제축구연맹)가 이 수수료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영국 BBC는 6일(한국시각) “FIFA가 2015년 에이전트 제도를 폐지한 일에 대해 ‘실수’라고 인정했으며, 새 규정을 만들기 위한 3차 협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FIFA는 공인시험을 통해 에이전트를 배출하는 자격시험 제도를 운용해왔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으로 2015년 이 제도를 없애고 각 회원국 협회가 자율적으로 에이전트의 역할을 할 대리인의 자격을 정하도록 해 왔다. 하지만 FIFA가 손을 놓는 사이 에이전트는 아무런 제한없이 활개를 펴기 시작했다.

새 규정에는 에이전트 자격증 제도를 다시 시행하고 에이전트의 수수료를 제한하며, 구단과 선수로부터 벌어들인 수익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에이전트 수수료는 선수 또는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을 대리하는 경우 선수 임금의 3%로 제한한다. 같은 에이전트가 선수와 영입하는 구단을 모두 대리할 때는 선수 임금의 6%를 상한으로 하며, 선수를 이적시키는 구단의 에이전트는 이적료의 최대 10%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FIFA 관계자는 수수료 상한선 도입에 대해 “누군가에게 ’10%를 받겠다'고 한다면 작게 보일지 몰라도 2000만파운드(약 295억원)의 10%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현재 수수료 지급 형태에서는 도를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기준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아직 시행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FIFA는 새 규정에 대해 내년 봄까지 에이전트들과도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 2021년 3월∼6월 사이에 FIFA 이사회 승인을 받아 9월 이전에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벌써부터 에이전트들의 반발은 거세다. 축구에이전트포럼(FAF) 회장을 맡고 있는 라이올라는 지난 3월 스위스에서 열린 포럼을 통해 “FIFA는 공산주의 국가 독재자처럼 행동한다.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을 항상 정해주려고 한다”라고 쏘아붙였다. 라이올라는 “대화를 통해서 의사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FIFA는 그저 통보만 할 뿐이다. 어리석은 짓”이라면서 “FIFA는 마치 정부가 된 것처럼 사업적인 부분, 법적인 부분 등 모든 걸 관장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중개업소

◇부동산 중개수수료율보다 비싼 에이전트 수수료...20% 넘기도

축구 에이전트들의 높은 수수료 논란은 기자도 겪었던 부동산 중개 수수료 분쟁을 떠올리게 한다. 집을 구매할 당시였다. 가뜩이나 비싼 아파트 값에 영끌을 했는데, 부동산 중개 수수료에 또 주머니에서 돈이 나간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가 아예 없어져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중개 행위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당연히 지불해야 한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선 중개 수수료율이 비싸다는 점이 문제다. 현행 중개수수료는 매매의 경우 2억~6억원 미만은 0.4%, 6억~9억원 미만은 0.5% 등 거래금액에 따라 상한요율이 달리 적용된다. 9억원 이상은 0.9% 이내에서 중개업자와 협의하도록 돼 있다. 협의라고 돼있지만 실제 시장에선 이 상한요율에 근접한 수수료가 사실상 지불되곤 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접수된 부동산 관련 상담 사례 중부동산 중개수수료 문제로 상담을 신청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접수된 387건의 상담 중 112건이 수수료 불만이었다. 계약해지시 중개수수료 지불(27.7%), 과다 수수료 청구(22.3%) 등이 주를 이뤘다.

해외 축구 시장에서 에이전트 수수료율은 이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FIFA는 해외 이적으로 발생하는 에이전트 수수료가 평균적으로 전체 비용의 28%에 이른다고 추산하고 있다. 포그바의 에이전트 수수료는 전체 금액의 20%가 넘는다고 한다.

조금씩 성장하는 한국 에이전트 시장

◇아직 규모는 작지만...중개인 늘고 있는 한국 시장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7월 13일 기준 법인 소속 148명, 개인 35명 등 총 183명이 활동 중이다. 2년 새 76명(약 58.5%) 늘었다. 협회가 중개인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한 2018년 9월 107명에서 2019년 1월 128명, 2019년 7월 148명, 2020년 1월 161명으로 차츰 증가해 현재에 이르렀다. 실제로 활발히 활동하는 이들은 50명 정도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FIFA 공인 에이전트 제도를 폐지하면서 국내 에이전트 시험 제도가 사라졌다. 현재는 만 19세 이상 전과가 없고 축구업 종사자가 아닌 인물이라면 누구나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FIFA가 이 제도에 손을 댈 예정이라 시험이 부활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 유럽에 비하면 시장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다. 다만 전체 중개수수료 규모는 조금씩 증가추세에 있다. 2019년 4월 1일부터 2020년 3월 30일까지 총 274건의 중개계약에서 발생한 중개수수료가 40억3900만원이다. 전년 대비 6억 정도 늘었다. 2018~2019년 34억7800만원(294건), 2017~2018년 32억8800만원(327건)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