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이란의 석유화학단지 4일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주 마흐샤흐르 석유화학 단지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번 공격으로 파즈르·레잘·아미르카비르 등 주요 석유화학 플랜트와 전력·가스 등 시설이 타격을 입어 단지 가동이 사실상 중단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상대의 군사 시설을 넘어 원전·교량·의료 시설 등 민간 생활 기반까지 타격하는 ‘파괴적 섬멸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4일(현지시각) 트루스소셜에 “시간은 많지 않다. 그들(이란)에게 지옥문이 열릴 때까지 48시간 남았다”고 했다. 그는 5일에는 “(협상 시한 이후인) 화요일은 ‘발전소의 날’, ‘교량의 날’이 될 것”이라며 “빌어먹을 해협을 열어라 미친 개XX들아, 안그러면 지옥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하탐 알안비야 사령부의 알리 압둘라히 알리아바디 사령관은 “지옥의 문이 당신들에게 열릴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석기 시대로 되돌리겠다”는 트럼프 연설 이후 이란의 민간 인프라 타격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날 이란 남부의 부셰르 원자력발전소와 마흐샤흐르 석유화학 단지를 공습했다. 부셰르는 핵무기 개발이 아닌 민간 발전용 시설이다. 양국은 개전 이후 이곳을 네 번째로 공격했는데, 방사능 유출 시 걸프 지역 전반에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는 ‘고위험 목표물’이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원전은 결코 공격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최근 공격을 받은 테헤란의 파스퇴르 연구소는 어린이용 결핵·소아마비 등 백신 1500만회분(이란 전체의 50% 이상)을 매년 생산해온 곳으로, 1920년 이후 100년 넘게 이란의 공중보건을 책임져온 기관이었다. 파스퇴르 연구소 파괴로 향후 이란 내 공중보건 악화와 전염병 창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3일 “이란 내 의료·보건시설 20여 곳이 공격을 받았고 최소 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이스라엘 공습으로 5명이 사망한 마흐샤흐르 석유화학 단지는 플라스틱과 비료 등을 생산하는 이란의 핵심 산업 거점이다. 이스라엘은 최근 이란의 모바라케·후제스탄 등 주요 제철소도 타격했다. 테헤란 인근에 건설 중이던 B1 대형 현수교와 주요 제철소, 정유 시설 등 교통·산업 기반도 잇따라 파괴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우리는 계속해서 그들을 부술 것”이라고 했다.

이란 역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보복하겠다”며 중동국 전반의 산업 기반을 공습하고 있다. 쿠웨이트 해수담수화 시설 등 민간 시설을 공습한 이란은 바레인의 정유 시설은 물론, 아마존 클라우드 센터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오라클 데이터센터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보복이 중동국 식수·에너지 인프라 전반으로 확대되면 중동국 역시 빈곤과 전염병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국제법 전문가 100여명은 최근 “민간인 생존에 필수적인 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군사적 목적’을 위해 민간 인프라를 타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등 참모들이 민간 인프라를 군사적 목표물로 간주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있다고 트럼프에게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민간 인프라 무차별 공습은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전략적 측면이 있지만, 이스라엘 군사정보국 이란 담당 부서장을 지낸 샤하르 코이프만은 “민간 인프라 공습을 지켜본 이란 국민들은 이제 단순한 정권이 아니라 ‘조국’을 지키려 결집할 것”이라며 역효과를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