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쿠바의 멕시코 국빈 방문 당시, 할아버지 라울 카스트로(가운데)와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함께한 라울 기예르모 로드리게스 카스트로(맨 왼쪽). /위키피디아

쿠바에서 공산 혁명 주역인 카스트로 가문의 후손들이 대미(對美) 협상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최근 쿠바와 물밑 협상을 벌이며 강도 높은 경제 개혁과 함께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피델 카스트로(1959~2008년 집권), 라울 카스트로(2008~2018년 집권) 형제에 이은 세 번째 쿠바 지도자인 디아스카넬을 ‘카스트로 가문의 꼭두각시’로 보며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8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양국 협상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쿠바 측 인물로는 라울 카스트로의 손자 라울 기예르모 로드리게스 카스트로(41)가 꼽힌다. 그는 이달 초 국영 TV에 디아스카넬을 비롯한 권력 수뇌부와 나란히 등장한 데 이어, 최근 카리브해 세인트키츠네비스 회의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측 인사들과 접촉하는 등 ‘비공식 메신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과거 막후에서 보좌 역할 정도에 머물렀던 그가 외교 무대에 직접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핵심 인물은 카스트로 형제의 외종손(外從孫)인 오스카르 페레스 올리바 프라가(54) 부총리 겸 외국무역·외국인투자부 장관이다. 그는 최근 해외 쿠바 망명자들이 자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며 체제 생존 전략의 ‘얼굴’로 떠올랐다. 특히 성(姓)에 ‘카스트로’가 포함되지 않아 미국 측에서도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덜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라가는 국제 비즈니스 감각과 협상 능력을 갖춘 실무형 인물로 평가되며,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이끌 수 있는 ‘쿠바판 델시 로드리게스’로 거론된다. 로드리게스는 지난 1월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군 작전으로 축출된 뒤 현재 트럼프의 용인하에 임시 대통령을 맡으며 미국과 협력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또 카스트로 가문에 나라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것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인 미 공화당 소속 마리아 엘비라 살라자르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은 소셜미디어에 “쿠바가 나아갈 유일한 길은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으로의 전환”이라며 “카스트로 가문이나 카스트로 측 엘리트가 권력을 유지하는 체제라면 결코 지지할 수 없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