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이 28일 이란에 대한 기습적인 타격을 강행하면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이란의 위협을 지적하면서도 외교적 해법과 민간인 보호를 촉구하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번 충돌이 중동 전반의 안보 지형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란의 군사·핵 위협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입장문에서 “최근 중동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이 지역 정세에 매우 위태롭다”며 “이란 정권은 수천 명을 살해했으며, 탄도미사일과 핵 프로그램, 테러 단체 지원은 세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했다. 그는 EU가 이미 이란에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며 “핵 문제를 비롯한 이란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칼라스 대표는 이스라엘의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을 비롯해 중동 각국 외교 수장들과 통화하고, 아랍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민간인 보호와 국제인도법 준수는 (이번 사태에서) 최우선 과제”라며 EU 영사망이 역내 EU 시민들의 안전한 출국을 지원하고 있고, 필수 인력을 제외한 EU 인력도 철수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EU의 ‘아스피데스(Aspides)’ 해군 임무단이 홍해에서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해상 수송로 보호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강하게 비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대통령 출신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란과의 협상은 위장에 불과했다”며 미국이 군사 행동을 감행한 것은 당초 협상 의지가 없었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취지로 비난했다. 미국과 이란은 최근 수개월간 여러 차례 핵 협상에 나선 바 있다. 이때 오만 등 제3국이 중재자 역할을 맡기도 했다. 메드베데프는 또 “미국은 건국된 지 249년에 불과하지만 페르시아 제국은 2500년이 넘었다. 100년 뒤 어떻게 될지 보자”라고도 했다.
유럽 일부 국가들은 국제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에스펜 바르트 아이데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은 이를 선제 타격으로 설명하지만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선제 공격은 즉각적으로 임박한 위협이 있을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란 정권의 폭력성과 시위대 탄압을 이번 사태 원인으로 지목하며 “특히 최근 수개월 동안 평화적 시위대에 대한 살해와 탄압이 광범위하게 자행됐다”고 비판했다.
중동 국가들은 사태 확산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나와프 살람 레바논 총리는 “국가의 안보와 통합을 위협하는 어떠한 모험에도 끌려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 지역 긴장 고조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자국 내 미군기지가 있어 이란으로부터 보복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카타르 외무부는 X에 성명을 올리고 “카타르는 이란의 탄도 미사일 공격이 카타르 영토를 겨냥한 행위임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는 국가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자 안보 및 영토 보전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이며, 지역 안보와 안정을 위협하는 용납할 수 없는 긴장 고조 행위라고 간주한다”며 “카타르는 주권 수호를 위해 국제법 규정 등에 따라 이번 공격에 대응할 모든 권리를 보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