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브라질 파라치에서 열린 머드 카니발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온몸에 진흙을 바른 채 환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브라질 카니발 축제를 떠올리면 화려하고 반짝이는 장식품과 과감한 노출이 돋보이는 의상이 가장 먼저 연상된다. 그러나 브라질 남부의 한 해변에서는 정반대 풍경이 펼쳐진다. 별다른 장식도 없이 진흙으로 맨몸을 뒤덮은 사람들이 원시인처럼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이른바 ‘머드 카니발’이 흥겨운 축제 분위기를 책임진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서쪽으로 약 250㎞ 떨어진 도시 파라치(Paraty) 인근 자바쿠아라 해변에서는 매년 카니발 기간이 되면 참가자들이 회색 진흙을 온몸에 바르고 해변을 누비는 독특한 축제가 열린다. 참가자들은 갯벌의 진흙탕에서 이리저리 뒹굴고, 때로는 ‘진흙탕 싸움’까지 벌이며 하나의 ‘머드인(人)’이 되어 어울린다.

지난 14일 브라질 파라치에서 열린 머드 카니발 행사에서 한 남성이 여성의 얼굴에 진흙을 바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15일 AP통신에 따르면 현지 기업가 샤를스 가르시아 페소아(37)는 “여기서는 모두가 똑같아진다”며 “돈이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모두 진흙 속으로 뛰어들기 위해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출신 매트 블룸필드는 “사람들이 나뭇잎과 자연물로 몸을 장식하는 모습이 매우 창의적”이라며 “이 행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카니발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계층과 직업, 신분을 구분할 수 없는 ‘평등한’ 모습으로 해변을 행진하며 “우가! 우가!” 같은 원시 부족의 구호를 외치고 춤을 추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한다.

브라질 카니발은 가톨릭 전통에서 비롯된 사순절(四旬節·부활절을 준비하는 기간) 직전 열리는 연례 행사로, 보통 여름철인 매년 2~3월 사이 절정에 달한다. 특히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 등 대도시에서는 수백만 명이 참여하는 삼바 퍼레이드가 펼쳐지며, 거리 곳곳에서 ‘블로쿠(bloco)’라 불리는 거리 파티가 이어진다. 브라질에서는 이때가 연중 가장 큰 문화 행사 기간이자 관광 성수기로 꼽힌다.

파라치의 진흙 카니발은 이러한 화려한 축제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다. 파라치 관광 당국에 따르면 이 전통은 1986년 한 젊은이 무리가 해변 맹그로브 숲에서 진흙 놀이를 하다가 서로를 알아볼 수 없게 된 데서 시작됐다. 이들은 그대로 진흙을 뒤집어쓴 채 도시 중심부로 들어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행사로 발전했다. 이후 이 축제는 수십 년 동안 이어지며 지역을 대표하는 독특한 카니발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14일 브라질 파라치에서 열린 머드 카니발 행사에서 한 커플이 입맞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처럼 진흙을 활용한 축제는 브라질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한국 충남 보령에서 열리는 ‘보령머드축제’ 역시 진흙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지역 행사다. 이 축제는 1998년 대천해수욕장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머드 체험’ 행사로 시작됐으며, 이후 규모가 확대되면서 매년 국내외 수백만 명이 찾는 국내 대표 여름 축제(보통 7~8월 개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7월 보령머드축제가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일대에서 개막한 가운데 진흙을 온몸에 흠뻑 바른 관광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