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주변국들이 잇따라 쿠바와의 관계를 재조정하면서 쿠바의 외교적 고립이 한층 깊어지는 모습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 정부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인접 국가들까지 거리 두기에 나서는 양상이다.
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과테말라 정부는 올해를 끝으로 쿠바 의료진 파견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과테말라 보건부는 성명을 통해 현재 333명의 의사를 포함해 총 412명의 쿠바 의료진이 현지에서 근무 중이지만, 관련 계약을 더 이상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건부는 이번 결정이 국가 보건 시스템을 강화하고, 의료 서비스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기술적 분석’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바는 교육과 의료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사회주의 국가 모델을 바탕으로 수십 년간 의료 인력을 전략 자산으로 활용해 왔다. 최근까지 약 50만 명에 이르는 쿠바 의사들이 160여 개국에서 의료 활동을 했거나 현재 근무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같은 ‘의사 수출’은 의료진을 국가 외화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등 ‘노동력 착취 논란’도 함께 불러일으킨 바 있다. 각국이 쿠바 정부에 지급하는 대가 가운데 의료진 개인에게 돌아가는 몫은 30%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과테말라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각국을 상대로 쿠바와의 관계 단절을 공개적으로 압박해 온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쿠바 정부의 해외 의료진 파견 프로그램을 노동력 착취로 규정하며, 지난해 이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쿠바 관리들에 대한 제재를 단행한 바 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달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독재 좌파 정권을 무력으로 축출한 이후, 연일 쿠바 정권이 외부 지원 없이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는 취지의 ‘압박성’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중미에서 대표적인 반미(反美) 성향 국가이자 쿠바의 ‘우군’으로 꼽혀온 니카라과도 지난 8일 쿠바 국민에 대한 무(無)비자 입국 제도를 전격 중단하고, 입국 전 사전 인터뷰를 의무화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니카라과는 쿠바인들이 미국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주요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해왔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두고 “불법 이민을 방조하고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여왔다. 현지 언론들은 베네수엘라 사태 이후 미국 제재의 파급력을 실감한 니카라과 다니엘 오르테가 독재 정권이 제재 회피를 위해 전략적 선택에 나섰다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