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실수했습니다. 후디(hoodie·모자 달린 옷) 차림으로 (식당에) 입장해 의혹을 불러일으킨 데 대해 사과드립니다.”
중국인 사업가와 유착 의혹이 불거진 호세 헤리(40) 페루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과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특별히 옷차림을 언급한 것은 양복 대신 후디로 얼굴을 가리고 사업가를 만나러 식당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한 매체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헤리는 “부적절한 만남이 아니었다”고 했지만, 사람들의 눈을 피하려는 듯한 모습에 의구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27일 헤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절차에 착수했다.
헤리는 지난달부터 중국 출신 사업가 양즈화와 최소 세 차례 비공개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양즈화는 페루에서 중국 수입품을 판매하며 자산을 축적한 인물로, 페루 에너지 산업에 진출해 2023년 2440만달러(약 347억원) 규모의 수력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후디를 뒤집어 쓴 헤리가 양즈화를 만나기 위해 한 중식당에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되자, 현지 언론은 이 만남이 ‘치파(chifa·스페인어로 중국음식점을 의미) 게이트’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헤리는 다가오는 페루·중국 우호의 날 행사 등을 논의했을 뿐 위법 소지는 없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는 “양즈화가 특정한 부탁을 하거나 제3자를 위해 개입해 달라고 한 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며 “만약 그가 부적절한 부탁을 했다면 즉시 양즈화와 모든 관계를 끊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만남을 둘러싼 의혹은 오는 4월 대선을 앞두고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헤리가 국회의원 시절부터 양즈화와 교류해 온 정황을 확인하고, 관련 사업 전반에 대해 위법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루는 정치권의 부패와 극심한 양극화로 대통령 탄핵·퇴진이 반복되며 2016년부터 10년간 7명의 대통령이 거쳐갔다. 우파로 분류되는 헤리 역시 지난해 10월 디나 볼루아르테 당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대통령직을 이어받았다.
이번 논란이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중남미 거점인 페루는 2009년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이후 교역·투자에서 중국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 중국은 2015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페루의 최대 교역국이 됐으며, 지난해 페루 전체 교역의 33%를 차지했다. 페루 산마르코스국립대 아시아연구센터의 존 발디글레시아스 연구원은 로이터에 “중국인 사업가에 대한 비판은 사실상 중국에 대한 비판”이라며 “(이번 사건이) 페루의 대중 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