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생포·압송한 ‘확고한 결의(Absolute Resolve)’ 작전을 벌인 1월 3일은 36년 전 조지 H W 부시 행정부가 파나마를 침공해 군부 실권자 마누엘 노리에가를 사로잡은 ‘올바른 대의(Just Cause)’ 작전 완료일이다.
마약과 연관되고 미국이 합법적 통치자로 인정하지 않은 반미(反美) 성향 중남미 독재자를 ‘실력 행사’를 통해 축출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작전의 전개와 밀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 미군 전력의 선진화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네수엘라에서 미군이 벌인 ‘확고한 결의’ 작전은 단 세 시간 만에 종료됐지만, 파나마를 겨냥한 ‘올바른 대의’ 작전은 1989년 12월 20일 개시돼 종료까지 2주 가까이 소요됐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핵심 해상 운송로 파나마 운하가 위치한 파나마를 철권 통치해온 노리에가 축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침공 며칠 전 수도 파나마시티에 머물던 미군들이 노리에가 친위부대의 공격을 받아 해병 한 명이 숨지고 다수가 부상한 사건이 침공을 촉발했다. 베네수엘라 작전 병력의 핵심이 육군 특수부대 ‘델타포스’였다면 파나마에서는 해군 ‘네이비 실’이 선봉에서 해상을 봉쇄했고, 총 2만7000명의 병력이 투입됐다. 대규모 시가전과 공중 폭격이 병행됐고, 이 과정에서 미군 23명이 전사했다.
마두로가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와 함께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즉각 체포·압송된 것과 달리 노리에가는 파나마 주재 바티칸 대사관에 숨어서 버티다가 1990년 1월 3일 백기 투항했다. 당시 미군은 대사관을 포위한 뒤 대형 스피커로 시끄러운 록 음악을 24시간 내내 틀며 항복을 유도했다. 파나마 영토는 베네수엘라의 12분의 1에 불과하고, 인구도 1989년 기준으로 10분의 1에 불과한 소국이었지만, 미군은 훨씬 더 많은 희생을 치르고 작전을 완수할 수 있었다.
미국에 압송돼 재판을 받은 노리에가는 법정에서 40년의 징역을 선고받았고 수감 생활을 이어가다 2017년 5월 사망했다. 파나마는 1994년 자유선거를 통해 새 정부를 선출했고, 이후 여러 정파가 번갈아 집권하면서 중남미에서는 비교적 정치가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리에가 정권 붕괴 후 군국주의를 경계하게 되면서 친미·반공 세력의 기반도 넓어졌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를 ‘제2의 파나마’로 바꾸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