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좌파 독재 정권의 축출을 사실상 강행한 가운데, 이로 인해 초래된 권력 공백을 누가 메울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이 체포돼 국외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한 과도 권력 재편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격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도럴에서 사람들이 베네수엘라 국기를 흔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은 3일 새벽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등을 전격 타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격은 성공적이었으며 마두로를 체포해 나라 밖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1999년 우고 차베스 시절부터 시작해 30년 가까이 반미·좌파 노선을 견지해온 마두로 정권을 무력으로 ‘종식’시킨 것으로, 베네수엘라 정세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극심한 경제난과 부정선거 논란 속에서도 정권 연장을 이어오던 마두로는 최악의 방식으로 권좌에서 물러날 처지가 됐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권력 재편 시나리오로는 2024년 7월 대선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했던 민주화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9)와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7)가 이끄는 과도정부 구상이 거론된다.

지난 2024년 7월 베네수엘라 대선 유세에 함께 나선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오른쪽)와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AFP 연합뉴스

두 인물은 마두로 정권 하에서 가장 최근 치러진 대선에서 야권의 ‘투톱’ 체제를 형성하며 베네수엘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자유·민주화 진영의 대표 주자로 인식돼 왔다. 마두로 정권이 장악한 대법원이 선거를 약 6개월 앞둔 상황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야권 단일 후보였던 마차도의 피선거권을 박탈하자, 야권은 온건 성향의 정통 외교관 출신 곤살레스를 대안 후보로 내세웠다. 마차도는 이후 곤살레스와 함께 공개 유세에 나서며 투톱 체제를 부각했다.

당시 대선은 곤살레스가 이길 것으로 전망됐지만, ‘깜깜이 개표’ ‘대리 투표’ 등 숱한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마두로는 자신이 3선(選)에 성공했다고 주장했고, 대법원이 이를 승인했다. 이후 마두로는 곧바로 마차도와 곤살레스에 대한 탄압을 가했다. 마차도는 은신 생활에 돌입한 반면 곤살레스는 스페인으로 망명했다.

카라카스 정세 전문가인 호르헤 흐라이사티 경제포용그룹(Economic Inclusion Group) 회장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차도와 곤살레스가 베네수엘라의 과도정부를 이끌 가능성이 크다”며 “두 사람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약 70%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번 전환기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차도는 이처럼 매우 민감한 과도기를 이끌 역량과 도덕성을 갖춘 인물”이라며 “기성 정치인보단 젊고 유능한 베네수엘라인들로 팀을 꾸릴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마차도와 곤살레스는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나란히 메시지를 내며 결속을 확인한 바 있다. 마차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 그리고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고, 곤살레스는 “(2025년은) 우리 현대사에 결정적 전환점이 된 한 해였다”며 “베네수엘라 전체를 재결합하기 위한 투쟁은 길고 힘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욱 강인하고 회복력 있는 사람들이 됐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동시 메시지는 단순한 신년 인사를 넘어, 마두로 이후를 염두에 둔 정치적 신호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2025년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석을 위해 목숨을 건 여정 끝에 노르웨이 오슬로에 등장한 마차도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국제적 상징성을 확보했다. ‘대통령 당선인’을 자임하며 베네수엘라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려온 곤살레스는 미국과 다수 서방 국가로부터 ‘정통성 있는 지도자’로 인정받아 왔다. 야권 내부에서도 마차도의 조직력과 대중적 지지, 곤살레스의 중도적 이미지와 외교적 신뢰도가 결합된 과도 체제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경우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준비와 마두로 체제 하에 파탄 난 제도 복원을 위한 한시적 과도정부가 출범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과도 권력이 원활하게 구성되지 못할 경우, 마두로 정권 핵심 인사들이 권력 공백을 파고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 등이 여전히 당·군·정보기관과 연결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인물들로 꼽힌다. 이들은 마두로의 최측근이자 마두로가 추종해온 차비스모(차베스주의) 통치를 구성하는 핵심 세력으로, 혼란 국면에서 또 다른 권력의 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로이터 통신은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의 현 소재지에 대해 그의 동향을 잘 안다는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러시아에 방문 체류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의 오빠이기도 한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의 경우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