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클라우디우 카스트루(맨 왼쪽) 리우데자네이루 주지사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진행된 범죄 조직 ‘코만두 베르멜류’ 소탕 작전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州) 무허가 빈민촌에 장갑차 32대, 헬기 2대, 그리고 중무장한 2500여 명의 경찰과 보안 요원이 출동했다. 그리고 15시간 동안 전쟁터를 방불케 한 이 작전을 벌여 총 121명이 사망했다. 이곳을 소굴로 삼아 살인, 납치, 약탈, 마약·무기 밀매 등 중범죄를 일삼아온 악명 높은 범죄 조직 ‘코만두 베르멜류(Comando Vermelho·CV)’ 소탕 작전이었다.

포르투갈어로 ‘붉은 사령부’라는 뜻의 CV는 격렬하게 저항했다. 무인기(드론)를 동원해 폭발물을 투하했고 도로를 봉쇄했다. 주택 단지 일부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오면서 거대한 연기 구름이 하늘로 치솟았고, 살벌한 교전 속에 쉴 새 없이 총성이 울렸다. 아수라장이 된 거리에서 주민들이 황급히 대피하는 모습, 현장에서 즉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직원 시신들이 널브러진 사진들도 찍혔다.

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찰관도 4명이 숨진 이번 작전은 브라질 역사상 갱단을 상대로 한 최대 규모이자, 가장 치명적인 작전으로 기록됐다. 치안 당국은 작전을 통해 AK-47 소총을 포함한 총 1280만헤알(약 34억원) 상당의 무기류를 압수했다. 리우데자네이루 경찰은 “이 범죄 조직은 지난 15년 동안 전국 규모로 확장했고, 리우데자네이루를 기반으로 다른 지역 사회에 총과 마약을 유통했다”며 “마약은 매달 10t(톤)을 밀거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이 작전을 주도한 사람은 클라우디우 카스트루(46) 리우데자네이루 주지사다. 작전 직후 그는 “마약·테러 범죄에 맞선 성공적 작전”이라고 자평했다. 브라질 대선을 약 1년 앞둔 시점에서, 대선 주자로서 지지를 얻으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2004년 정계에 입문한 그는 여러 정당을 오가다가 2021년 본격적으로 자유당에 합류해 강경 우파 성향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정치적 연대를 다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공개적으로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연방정부가 범죄와의 싸움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즉결 처형’ 방식의 작전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전날 리우데자네이루 지역에선 일부 유가족들이 참여한 가운데, 인권 단체들의 항의 시위가 열렸다. 브라질 연방대법원과 의회는 카스트루에게 작전 세부 내역을 보고할 것을 요구했으며, 대법원은 3일 카스트루와 경찰 수뇌부 등을 불러 청문회를 연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