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지역을 휩쓴 초강력 허리케인 ‘멀리사(Melissa)’로 이 지역에서 최소 50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자메이카와 아이티가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리케인 멀리사가 강타한 30일 자메이카 블랙 리버 지역 모습. /AP 연합뉴스

3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기상예보 전문업체 애큐웨더(AccuWeather)는 이번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와 경제 손실이 480억~520억달러(약 68조~7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기록된 멀리사는 자메이카, 아이티, 쿠바 등 카리브해 섬나라들을 차례로 강타하면서 수십명이 숨지고,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자메이카 정부는 지금까지 최소 19명이 사망한 가운데, 추가 희생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전체 면적의 77%에 해당하는 지역이 정전 피해를 입었고 이재민만 최소 2만5000명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최근 이들을 위한 긴급 식량 배급을 시작했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곳 중 하나는 블랙리버 지역이다.

허리케인 등급 1~5등급 중 ‘초강력’ 등급에 해당하는 ‘5등급’으로 분류된 멀리사는 자메이카에 상륙한 역대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5등급은 서 있는 나무를 비롯해 강을 잇는 다리와 작은 건물까지 쓰러뜨릴 수 있는 위력을 가졌다. 세계식량계획(WFP) 브라이언 보가트 카리브해 지역 담당자는 로이터에 “현장은 아비규환 그 자체”라며 “마치 폭탄이 떨어진 듯한 잔해 속에서 주민들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31일 아이티 프티고아브에서 사람들이 침수된 길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직접적인 상륙은 피했지만, 폭우에 시달린 아이티에서도 최소 31명이 사망하고 20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남부 소도시 프티고아브에서는 하천이 범람해 10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23명이 숨졌고, 도로와 주택·농경지가 초토화됐다. 아이티 당국은 2022년 급격히 퍼진 콜레라가 이번 허리케인을 계기로 오염된 물 등을 통해 다시 확산될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쿠바 역시 남서부와 북서부 지역에서 주택 붕괴, 산사태, 지붕 파손 등 피해가 속출했다. 쿠바 당국이 집계한 이재민은 73만5000명에 달한다.

31일 쿠바에서 허리케인 멀리사로 인해 카우토강이 범람하자 구조대원과 군인들이 주민 대피를 돕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이 허리케인의 급격한 강도·빈도 증가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카리브해 지역 각국 지도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선진국들에게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복구 지원과 부채 경감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특별 대응단을 구성하고 피해국에 재난 지원단을 파견해 24시간 내 도착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는 제재 대상국인 쿠바를 대상으로도 긴급 구호 지원 방침을 밝혔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멀리사는 시속 137km의 열대 저기압으로 세력이 약화돼 북동진 중이며, 아이슬란드와 페로 제도 부근 쪽으로 향할 것으로 예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