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베네수엘라 야권 여성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가 11일 영국 BBC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는 데 아주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차도는 “(트럼프와 전화 통화해)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 기뻤다”고도 했다.
지난 10일 노벨평화상 발표 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상을 고통받는 국민들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헌정한다”고 소감을 밝힌 그는 외신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에 대한 극진한 감사 인사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온 이웃 나라 좌파 지도자들이 마차도에게 평화상을 수여하기로 한 결정을 비난하는 등 중남미에서 친미·반미 진영 간 긴장 조짐도 보이고 있다.
마차도는 자신을 정적(政敵)으로 탄압해온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정권 핵심 인사들의 위협을 피해 은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벨상 발표 직후 잇따라 서방 언론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해 마두로 정권에 저항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마차도는 전날 영국 더타임스 인터뷰에서도 “트럼프가 취임한 뒤 아홉 달 동안 중동을 비롯해 세계 여러 지역의 분쟁이 해결됐다”며 “그는 내년도 노벨평화상을 받아 마땅하다”고 치켜세웠다. 또 마두로를 겨냥해서 “지금 그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협상을 통해 물러나는 것과 협상 없이 물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서방 국가가 부정선거로 규정한 지난해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와 폭정을 부각시켜 마두로의 퇴진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마차도의 노벨 평화상 수상으로 재결집 동력을 얻은 베네수엘라 야권이 트럼프 행정부 지원 속에 마두로 퇴진 운동을 거세게 전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7월 마두로 정권에 맞서 베네수엘라 국민과 연대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2013년 마두로 집권 이래 베네수엘라 주요 야권 지도자들은 탄압을 피해 해외로 떠났거나 잠행해왔다. 그중 한 명으로 콜롬비아에서 활동 중인 마릴루스 파르마는 로이터에 “(노벨상 발표로) 자유를 위한 투쟁을 멈추지 말자는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8월 베네수엘라발 마약 유입 차단을 명분으로 군함과 해군·해병대 병력을 파견해 푸에르토리코 등에서 상륙 훈련도 벌이고 있다. 마두로는 “미국의 군사 침략에 맞서겠다”며 전 국민을 상대로 민병대를 조직하는 등 전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마두로는 마차도의 노벨 평화상 발표 후에도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페이스북에 민병대와 군경 활동을 홍보하는 게시물을 집중적으로 올리고 있다.
마두로의 우군 역할을 해온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은 마차도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비난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이번 결정은 합법적 대통령인 마두로를 비롯한 혁명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정치적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은 “폭력과 쿠데타를 조장한 자에게 상을 수여한 것은 비도덕적”이라고 했다.
반면 친서방·중도 성향 지도자들은 일제히 마차도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축하했다.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위한 마차도의 투쟁에 대한 정당한 인정”이라며 “이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파라과이는 계속해서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도 “자유를 위해 싸우는 국민을 대표해 평화적으로 투쟁해온 헌신에 대한 인정이자 위대한 승리”라고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