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파라과이에서 600쌍이 넘는 커플이 동시에 결혼식을 올렸다. 수천 명이 한꺼번에 화촉을 밝힌 이번 대규모 ‘합동 결혼식’은 전국적으로 결혼을 장려하기 위한 정부 주도 행사 중 하나다.

4일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 국립체육청 체육관에서 열린 정부 주도 합동 결혼식에 참석한 신랑·신부들이 입맞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5일 AP 통신에 따르면 전날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 국립체육청 체육관에서 열린 이번 결혼식엔 형형색색의 예복을 입은 신랑·신부들이 가족과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들은 결혼 증명서와 함께 소정의 선물도 받았으며 일부 부부들은 아이를 동반한 채 행사에 나섰다. 종교 지도자들도 참석해 신혼 부부에게 축복을 전했다.

결혼식에 참가한 조너선 가라이는 AP에 “이제 결혼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6년 동안 함께한 사람과 공식적으로 가정을 꾸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가라이의 법적 배우자가 된 피오렐라 리베라는 “결혼할 기회가 생겨서 잡았다”고 전했다.

이 행사는 정부 주도 캠페인 ‘사랑으로 하나 되어, 법으로 보호받자(Unidos por el amor y protegidos por la ley)’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는 경제적 부담이나 행정 절차상 등의 이유로 그간 혼인을 미뤄온 사실혼 관계 커플들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혼인 신고를 통해 이들은 사회보장, 연금, 상속권 등 법적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4일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 국립체육청 체육관에서 열린 정부 주도 합동 결혼식에 참석한 신랑·신부의 모습. 일부는 아이도 안고 있다. /AFP 연합뉴스

파라과이는 최근 결혼식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국경 도시 시우다드델에스테에서 120쌍이 합동 결혼식을 올렸고, 올해 초에는 보케론 지역에서 처음으로 원주민 커플들이 무료로 결혼식을 치렀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파라과이의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2.40명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2040년쯤 인구 유지를 위한 출산율(2.1명)을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페드로 아야나 부통령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이 프로젝트는 모든 파라과이 국민에게 결혼할 권리를 보장한다”며 “나는 사랑과 가족의 가치를 굳게 믿는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