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주정거장(ISS)로 향하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69 원정(Expedition 69)’팀에 속한 우주인 4명을 태운 팰컨 9 로켓이 2일 오전0시 34분(한국시간 오후2시34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팰컨 9 로켓은 애초 2월27일 새벽에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발사 2분여를 남기고 팰컨 9의 1단계 엔진을 점화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 연기됐다.
팰컨 9 로켓에 탑재된 유인 우주선(캡슐)인 크루 드래건(Crew Dragon)에 탑승한 4명의 우주인에는 미국인 2명, 러시아인 1명 외에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우주인 술탄 알-네야디(41)도 포함됐다. 발사체인 팰컨 9과 우주선 크루 드래건은 모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제작한 것이다.
아부다비 소재 칼리파과학기술대의 항공우주학 교수이자 공학자인 알-네야디는 ‘미션 스페셜리스트’로서 6개월 간 ISS에 머물면서 무중력 상태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여러 실험을 하고, 우주 유영도 한다. 또 아랍권 대학들과 연결해 ISS와 우주에 관한 정보도 나눈다.
알-네야디가 ‘미션 스페셜리스트’로 NASA의 제69 ISS 원정팀에 합류하면서, UAE는 ISS에 장기 체류(통상 6개월)하는 자국 우주인을 보내는 11번째 나라가 됐다.
UAE에서 첫 우주인이 나온 것은 우리나라(이소연ㆍ2008년)보다 11년 느리다. 첫 우주인은 우리처럼,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ISS로 가 8일간 머물렀다.
UAE가 2009년, 2013년에 쏴 올린 첫 위성 시리즈인 두바이샛-1,2 고해상도 지구 관측 위성들도 우리나라의 위성제조업체인 쎄트렉아이가 제작했다. UAE가 자체 제작한 최초의 위성으로 간주되는 2018년의 칼리파샛도 UAE의 디자인과 기술로 만들었지만, 조립은 쎄트렉아이에서 했다.
UAE는 우리나라보다도 우주 진출에 있어서는 후발주자였지만, 이미 달과 그 너머의 심(深)우주 탐사에선 우리를 앞섰다.
작년 12월 일본의 하쿠도-R 무인 달 착륙선을 타고 간 라시드(Rashid) 탐사 로버는 4월 말 지구에서 보이는 달의 북동부에 착륙해 애틀라스 충돌구를 탐사한다. 고해상도 카메라를 갖춘 10㎏짜리 이 로버도 UAE의 모하메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의 기술진이 만들었으며, 지구의 14일에 해당하는 달의 낮 기간 달을 탐사한다.
또 UAE는 2021년 2월, 건국 50주년을 앞두고 화성 탐사선 ‘아말(hope라는 뜻)’을 화성 궤도에 안착시켰다. 이후 2년 간 화성 궤도를 돌며 화성의 대기와 날씨를 관측ㆍ기록했던 아말은 지난달 9일 화성의 2개 달 중 하나인 데이모스(Deimos) 궤도로 옮겨갔다.
작년 12월에는 미국이 주도해 달 궤도에 건설하려고 하는 ‘루나 게이트웨이’에 UAE가 참가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루나 게이트웨이는 현재 지구 고도 400㎞에 위치한 국제우주정거장(ISS)처럼, 앞으로 달 탐사와 달 기지 건설에 나서는 우주선들이 지구와 달 사이를 오가며 도킹하는 ‘달 정거장’ 역할을 한다. 미국은 2025년까지 인간이 다시 달에 도착해 기지를 구축하고, 달과 심우주 자원을 개발한다는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게이트웨이에서 에어도크(airlock) 모듈을 UAE가 미국 보잉과 함께 제작한다는 것이다. 에어로크는 우주인이 지구와 비슷한 기압 상태인 게이트웨이 실내에서 진공(압력 0)인 우주로 나갈 때에 거쳐야 하는 통로로, 원래 러시아가 제작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참여가 배제됐다.
중동의 석유 부국 UAE는 왜 이렇게 우주 탐험에 관심을 쏟는 것일까. UAE는 일찍부터 석유 에너지 산업에 치중한 산업 구조를 다각화하려고 했다. 2014년 이후 약 2년간 유가가 70% 가까이 폭락하고, 코로나 팬데믹 2020~2021년 전세계 경제가 침체돼 에너지 수요가 줄면서 이 같은 필요성은 증대됐다.
그래서 차기 중점 육성 산업의 하나로 우주를 선택했고, 2014년 6월 중동 최초로 우주국(UAESA)을 설립했다. 작년 5월 씨티그룹은 2040년까지 전세계 우주산업 규모가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UAE의 총리이자 두바이의 실권자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은 UAESA를 설립하면서, “UAE는 우주경쟁에 뛰어든다”고 선언했다. 그는 “건국 50주년이 되는 2020년에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고, 2021년까지 UAE가 우주항공 분야에서 탑(top) 국가들에 합류하는 것이 목표”라는 국가 비전을 내놓았다. 우주 탐사가 앞으로 UAE의 경제성장을 이끌고 청소년들에게 과학ㆍ공학을 배울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UAE는 우주공학을 배우고 우주에 나갈 수 있는 기회라면, 어디든 자국의 연구진과 우주인 후보들을 보냈다.
UAE는 후발주자이면서, 무려 7개월 동안 4억8000만 ㎞를 날아가야 하는 화성을 목표로 삼았다. 1960년대 이후 우주선진국들의 화성 탐사 성공율은 50%에 불과했다. 그러나 아말 탐사선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에미리트화성미션(EMM)의 대표였던 옴란 샤리프는 작년 12월 BBC 방송에 “우리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고, 우주 역량을 크게 끌어올리려면 화성에 가야 했다”고 말했다. 실패하더라도, 화성 탐사 프로젝트가 창출할 풍부한 기회가 실패에 대한 염려를 압도한다고 봤다.
UAE는 이후 미국과 일본, 영국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화성 탐사선에 장착할 각종 관측ㆍ분석 장비와 기술, 탐사선 동력 시스템을 배우고 도움을 얻었다. 그리고 주권국가로선 미국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에 이어 다섯 번째로 화성에 탐사선을 성공적으로 보낼 수 있었다.
UAE는 2020년 10월13일 일본ㆍ캐나다ㆍ유럽우주국(ESA)과 함께 아르테미스 협정에 조인한 최초 8개국 중 하나다. 이는 미국과 다른 나라 간 달 탐사 협력 관계를 규정한 협정으로, 우리나라는 이듬해 5월에 합류했다.
UAE는 중동에서 미국의 중요한 전략적ㆍ군사적 파트너이지만, 작년 9월엔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에도 자국 우주인을 보내겠다는 협정을 맺었다. 현재 미국과 유럽국가들, 일본 등은 텐궁 참여를 꺼린다. 2026년엔 UAE의 두 번째 로버인 라시드 2가 중국 우주선에 실려 또 달에 간다. 2028년에는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小行星帶)에 있는 7개 소행성으로도 탐사선을 보낸다.
2017년 2월 두바이 통치자 알 막툼은 ‘화성 2117’ 프로젝트를 선언하며 “우리가 지금 뿌리는 씨를, 2117년 3월 새 세대가 과학에 대한 열정과 인간 지식의 발전이라는 열매로 거둘 것”이라고 했다. 그는 100년 뒤 화성에 인간이 거주하는 정착촌을 건설하겠다고 했다. UAE는 그 100년 계획에서 지금 도입부를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