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운동가 살마 알셰하브. /hrf트위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남성 후견인제 폐지’ ‘여성 운전권’ 등을 주장해온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운동가가 대(對)테러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7일(현지시각) CNN,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은 지난주 대(對)테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살마 알셰하브(33)에게 6년형을 선고한 1심을 깨고 34년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형 집행 종료 후 34년간 여행금지, 휴대폰 압수, 트위터 계정 영구 폐쇄 등을 함께 명령했다.

사우디 출신의 셰하브는 영국 리즈대 의과대학에서 박사 과정 중인 학생이자 여성 인권 운동가다. 수니파가 대다수인 사우디에서 소수종파인 시아파에 속한다. 셰하브는 그동안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의 남성 후견인제도 폐지’, ‘여성의 운전할 권리’ 등을 주장해왔다. 수감 중인 사우디의 인권 운동가와 성직자의 석방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셰하브는 휴가를 보내기 위해 사우디에 왔다가 작년 1월 체포됐다. 대테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그는 지난해 말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지만 이번 항소심 재판에서 형량이 34년으로 늘었다. 재판부는 “셰하브가 트위터를 통해 공공질서를 해쳤고, 대테러법 위반 범죄자들의 거짓 주장을 퍼뜨리는 등 이들을 지지했다”며 “혐의를 고려할 때 1심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판시했다.

사우디 인권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사우디 인권단체 ALQST는 16일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사우디 법원이 여전히 표현의 자유를 가혹하게 처벌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유럽사우디인권기구(ESOHR)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사우디가 소셜미디어로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테러분자와 동일하게 여긴다는 걸 확인시켜준 판결”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