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무하마드 압드-알-라흐만/EPA 연합뉴스

지난 2003년부터 이듬해까지 아프리카 수단 다르푸르에서 일어난 대량 학살 사건에 대한 재판이 5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시작됐다. 사건 발생 19년 만이다. 학살 책임자로 알려진 알리 무하마드 압드-알-라흐만 당시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 사령관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다르푸르 사건은 당시 기독교계 흑인 반군 조직이 바시르 정부의 차별에 맞서 무장투쟁을 전개하면서 시작됐다. 다르푸르 지역에서는 아프리카계와 아랍계 주민 사이 갈등이 끊이지 않았는데, 바시르 정부는 의도적으로 아랍계 인사를 다르푸르 지방정부 관리직에 임명하는 등 친이슬람 정책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계의 불만이 커지던 상황이었다. 반군의 세가 커지자 바시르 정부는 친정부 계열의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를 조직, 반군을 진압하도록 했다.

그러나 잔자위드는 반군 세력만이 아닌, 기독교계 흑인에 대한 무차별적 학살을 자행했고 수천 명의 민간인을 살해했다. ICC는 “다르푸르 사건 당시 대량학살, 전쟁 범죄, 반인륜적 범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UN에 따르면 당시 사건으로 30만명이 사망했고 25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5일(현지 시각) 알리 무하마드 압드-알-라흐만이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CC) 법정에 출석해 재판을 받는 모습을 담은 그림/EPA 연합뉴스

이날 재판에서 라흐만은 자신에게 적용된 31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ICC는 2007년 라흐만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으나, 그는 도피 생활을 이어오다 2020년 6월 기소를 피하기 위해 자수했다. 검찰이 수집한 목격자 진술에는 당시 라흐만이 도끼로 사람을 살해했고, 그의 부하들에게 “생존자를 남기지 말라”고 지시한 내용이 담겼다. 또 잔자와디가 아기들을 공중에 던져 죽이고, 가족들 앞에서 여성을 강간하는 등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언도 포함됐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검찰은 “라흐만의 혐의를 열거하는 데만 6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한편 라흐만을 법정에 세운 것을 시작으로, 당시 사건에 책임이 있는 이들 모두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 수단에 구금돼 있는 바시르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앨리스 케플러 휴먼라이츠워치(HRW) 국제사법부 부국장은 “수단 정부는 바시르를 포함한 다른 다르푸르 사건 용의자들을 ICC로 보내 법적 처분을 받게 해야한다 “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