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우린 서로에 대해 전혀 무지했지만, 이제는 친구 같죠.”
브루노 피게로아 주한 멕시코 대사는 지난 15일 본지 인터뷰에서 “수교 60주년을 맞은 올해는 한국과 멕시코에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피게로아 대사는 “60년 전만 해도 두 나라는 먼 거리 탓에 접근성이 좋지 않았고, 한국은 당시 전후 상황으로 적극적인 교류가 어려웠다”며 “하지만 한국은 60년간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고, 이제는 멕시코와의 거리감도 상당히 좁혔다”고 했다.
피게로아 대사는 “2017년 양국을 잇는 최초의 하늘길이 열렸을 때를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 대사관에 부임한 첫해였다. 피게로아 대사는 “2017년 취항을 시작해 지금까지도 운영되고 있는 ‘아에로멕시코’의 멕시코시티와 인천 간 첫 직항편의 승객이 저였다”며 “상당히 기억에 남는다”라고 했다.
피게로아 대사는 “한국과 멕시코는 알게 모르게 경제적인 측면에서 서로 의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말, 한국에 이른바 ‘요소수 대란’ 사태가 빚어졌을 때 멕시코는 1200t에 달하는 차량용 요소수를 즉각 제공했다. 그는 “멕시코에게 한국은 3대 교역국”이라며 “이번 달 두 나라는 FTA 협상을 14년 만에 재개했다”고 했다.
피게로아 대사는 “글로벌 시장이 불확실성과 직면한 상황에서 멕시코는 전략적 물품 측면으로 한국에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새로 부임할 대통령께서도 중남미의 존재를 잊지 말고, 멕시코가 한국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음을 항상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멕시코는 1962년에 정식 수교했지만, 양국 교류의 역사는 190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피게로아 대사는 “당시 중남미 최초로 한인 이민자들이 멕시코에 이주 노동자로 와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 5월 4일을 ‘한국 이민의 날’로 정하는 안건이 지난해 멕시코 연방 하원을 통과했다. 1905년 이날 멕시코 땅을 디딘 1033명의 한인 이주 노동자를 기리는 차원이다.
6·25 전쟁 때는 멕시코가 한국을 도왔다. 피게로아 대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이었던 2020년, 미군 소속으로 전쟁에 참전했던 멕시코인들의 존재를 수년간 찾아왔다”며 “멕시코군이 공식 참전이 아닌 미군에 포함되는 방식으로 한국을 도왔기 때문에 그 존재를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특히 그의 부친의 지인이 한국전쟁 참전용사였음을 알고 2017년 부임 이후 주력 사업 중 하나로 힘써 왔다고 한다.
피게로아 대사는 멕시코에 살아있는 5명의 참전용사를 찾았다. 초대 멕시코 참전용사회 회장을 맡았던 한 명은 지난해 별세했다고 한다. 그는 “살아 계신 참전용사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멕시코 참전용사와 관련한 이야기는 현재 ‘깨끗하게 빈 종이 상태’로, 앞으로 우리가 채워갈 일만 남았다”고 했다. 멕시코 대사관은 오는 6월 한국 전쟁기념관에서 6·25 전쟁에 참여한 멕시코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전시회를 연다. 멕시코에 있는 참전용사들도 초청할 예정이다.
피게로아 대사는 “이처럼 두 나라의 역사는 수교 이전부터 있어왔고, 희생과 아픔이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끈끈한 정서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활발한 교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한국에 와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그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를 꼽았다. “당시 남북단일팀이 같은 옷을 입고 등장했을 때 굉장히 감격스러웠다”며 “그 순간만큼 내가 한국의 역사 속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최근 들어 경직된 남북관계에 대해선 “굉장히 유감”이라며 “외교적 해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에게 은퇴 후 계획을 묻자 “한국 대사로서 임기가 정해져 있진 않지만, 은퇴한다면 국제 정세와 관련한 여러 글을 쓰게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한국은 그중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