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탈레반과 미국이 9~10일(현지 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첫 고위급 대면 회담을 갖고 인도주의적 지원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협의했다고 로이터·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미국은 정치·외교 부문에서 탈레반과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코로나 백신을 아프가니스탄에 지원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이번 회담에 대해 “탈레반을 아프간 지도부로 인정하거나 합법화하려는 것이 아니며, 실용적 차원의 회담”이라고 말했다.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과 미국은 이번 만남에서 안보, 테러, 인권, 인도주의적 지원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회담을 마치고 “양측은 아프간 국민에게 직접적인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면서 “솔직하고 전문적인 논의가 오갔다”고 했다. 탈레반도 “도하 회담은 잘 진행됐다”면서 “탈레반 정권 인정과 별개로 미국으로부터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또 이번 회담에서 아프간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를 풀어달라고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 있는 아프간 자산 규모는 90억달러(약 10조4000억원)에 달하는데, 이 중 70억달러(약 8조1000억원)가 미국에 예치돼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미국은 탈레반에 아프간이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등 다른 극단주의 세력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평화협정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은 또 아직 아프간에 남아있는 미국인의 안전한 철수 보장을 요구했다. 탈레반 대변인 수하일 샤힌은 “아프간 영토가 극단주의자들에게 이용당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AP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