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부모와 생이별해 길거리에 둘만 남겨진 어린 남매의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부모와 함께 카불 탈출을 시도했으나 한꺼번에 수많은 사람이 몰려든 탓에 부모를 놓치고 이들만 남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24일(현지 시각) 미국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트위터에 올린 전날 아이티비(ITV)의 아프간 카불 현지 촬영 영상엔, 카불 공항 인근 길거리에 열살이 채 안 돼 보이는 꼬마 남매가 인파에 위태롭게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영상 속 오빠는 불안해 하는 여동생을 끌어안으며 다독이는데, 정작 자신도 불안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흐느끼고 있다.
촬영자에게 이들을 안내한 한 남성은 “부모들은 (공항) 안에 있고, 아이들은 밖에 남겨지게 됐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지난 15일부터 카불 공항은 탈레반을 피해 해외로 탈출하려는 이들이 몰려들어 아수라장이 됐다.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해 이륙하는 기체 바퀴에라도 매달려 탈출하려던 현지인들이 공중에서 추락사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남매의 부모가 아프간을 탈출했는지, 아니면 이들과 재회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남성은 영상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를 최종 결정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격한 어조로 비난했다. 그는 “바이든씨(Mr. Biden) 당신이 이 상황을 만들었고, 당신이 계획한 대로다. 당신이 탈레반과 거래하는 바람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며 “바이든씨 당신 잘못 계산했어. 당신은 (도널드) 트럼프를 반대했지만 이젠 우리가 당신을 반대해. 지옥에나 가 바이든!”이라고 소리쳤다.
이 영상은 25일 오후 5시(한국 시각)까지 트위터에서 6만회가량, 유튜브에서 10만회 넘게 조회되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이 만든 진정한 비극” “부모 자식이 생이별할 수밖에 없는 매우 안타까운 처지”라는 안타까운 반응들이 주를 이루는 한편, 아프간 혼란 사태의 책임이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구에게 있느냐를 놓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는 작년 2월 탈레반과 평화 합의를 맺어 모든 미군을 철군하기로 약속했고, 올해 취임한 바이든은 철수 시한을 8월 31일로 못박고 철군 계획을 가속화했다.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이 대대적 철수를 본격화한 지 3개월 만인 이달 아프간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고 아프간 국토 대부분을 장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