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점령 이후 첫 대규모 지도자급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탈레반은 “남녀 모두 새 국가 건설에 기여할 수 있으며, 포용적 정부를 세우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800여 참가자 중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23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아프간 헌법상 최고 민의 수렴 기구인 '로야 지르가'가 열린 회의장. 탈레반 깃발(단상 위)과 아프간 국기(빨간색 원 안)가 함께 있는 모습이다. /트위터

23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날 카불에서 아프간 헌법상 최고(最高) 민의 수렴 기구인 ‘로야 지르가(Loya Jirga·대회의)’를 개최했다. 아프간 전통 부족 원로 회의 ‘지르가’에서 유래한 로야 지르가는 새 국가 지도자 선출·헌법 제정·전쟁 선포 등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는 지도자들 간 대규모 회합을 뜻한다. 통상 각 부족 원로들과 종교 지도자들이 참여하는데, 이날 회의엔 800명 이상의 이슬람 율사들과 탈레반 정치 지도자들이 모였다.

이날 탈레반 측은 모든 정치 세력을 아우를 포용적 신(新)정부 구성을 약속하며 협조를 촉구했다. 국제사회의 여성 인권 탄압 우려를 의식한 듯 “여성들은 초등~고등교육 모두 학습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탈레반의 공언이 무색하게 이날 회의에 여성 참가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파키스탄 관영 APP통신이 전했다. 2001년 9·11테러 후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탈레반이 실각한 이래 아프간 정권 하에서 여성들은 로야 지르가에 참석했다. 2019년 3월 열린 로야 지르가에선 3200여 참가자 중 30%(960명)가량이 여성이었다.

한편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아프간인의 카불 공항 접근을 금지한다”며 “미국은 아프간인들을 부추겨 조국을 떠나게 하지 말라. 우리는 그들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