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딸 마리암.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수도 카불로 진격하자 거액의 현금을 챙겨 해외로 달아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딸이 미국 뉴욕의 고급 아파트에서 호화 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 일간 뉴욕포스트는 17일(현지 시각) 가니 대통령의 딸 마리암(42)이 뉴욕 브루클린의 한 고급 주택 단지에 머물며 ‘예술가’ 노릇을 즐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리암은 아버지 가니가 아프간에서 공직을 맡기 전까지 유학을 한 미국에서 태어났다. 거기서 계속 살면서 영화 제작자로서 활동해 왔다. 뉴욕과 독일 베를린, 네덜란드 로테르담 등에서 자신의 영화를 여러 번 상영했고, 최근까지도 미 극장에 출품하기로 한 영화 제작에 매진해왔다. 뉴욕포스트는 “대통령이 버리고 간 아프간 여성들이 처절한 처지에 놓여있는 동안 딸 마리암은 보헤미안(Bohemian·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예술가) 생활 방식을 즐기고 있다”고 평했다.

뉴욕포스트는 이날 마리암이 머물고 있는 브루클린의 고급 아파트를 찾아가 그를 목격한 사실도 함께 보도했다. 취재진은 자택 문을 두드려 그를 만난 뒤 아버지의 행방과 자국 상황에 대한 소감 등을 물었다. 그러나 마리암은 취재를 거부하고 곧바로 문을 닫아버렸다고 한다. 앞서 마리암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다음 날인 지난 1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아프간에 남겨진 가족과 친구, 동료들을 생각하면 슬프고 두려우며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적은 바 있다.

가니 대통령의 도주 행각 전말이 속속 밝혀지며 아프간 안팎의 비난 여론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가니의 전 대변인인 엘레이 에르샤드는 17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가니가 도피 직전 ‘국방부로 가 회의를 하고 오겠다’고 했지만 그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며 “비겁한 지도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화가 난다. 내가 왜 그런 사람에게 투표했는지 모르겠다. 그의 눈을 똑바로 보고 ‘너는 도망쳤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16일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가니는 정부 붕괴 당시 차량 4대에 돈을 가득 싣고 아프간을 탈출했다. 탈출용 헬기에 돈을 다 싣지 못하자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정부 최초의 여성 교육부 장관이자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한 후에도 사무실에 출근한 랑기나 하미디는 “충격적이고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실이라면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