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왕정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EPA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왕정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반(反)부패운동’ 명목으로 10여개 부처의 200명이 넘는 정부 관리들을 체포했다. 그간 빈 살만은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자신의 차기 왕권에 위협이 될 만한 정적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10일(현지 시각) 빈 살만이 주도하는 반부패위원회는 부패·권력 남용·사기 등 혐의로 정부 부처 직원 207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국방부·내무부·보건부·법무부 등 10여개 부처의 460명 이상이 이번 조사 대상이었다. 위원회는 이날 “체포된 피의자들은 향후 검찰로 넘겨질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들의 구체적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이 같은 빈 살만의 반부패를 내건 숙청 드라이브는 그가 사촌형이자 당시 왕세자였던 무함마드 빈 나예프를 제치고 1순위 왕위 계승자 자리에 오른 2017년부터 시작됐다. 같은 해 11월, 그는 반부패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맡아 부패 혐의로 유력 왕자와 장관 등 500여명을 잡아들여 호텔에 구금했다. 이들은 거액의 보석금을 내고 충성 맹세해야만 풀려날 수 있었다. 사우디 최대 부호로 알려진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매월 3000만달러(345억원)가량의 주식 배당금을 사우디 정부에 내는 조건으로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은 이후 경제·사회 개혁 정책을 통해 주목받았다. ‘여성 운전 허용’이 대표적 사례다. 사우디는 중세 이슬람 시대의 질서를 추구하는 ‘와합주의’에 따라 1932년 건국 이래 지난 80여년간 여성의 운전을 전면 금지해 왔다. 빈 살만은 이 같은 금기를 하나둘 깨며 여성과 젊은 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2018년 10월 반정부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총책임자로 지목돼 우방국인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로부터 ‘폭군’이라는 비난에 휩싸였고 국제적 퇴진 요구도 빗발쳤다. 정치적 위기를 맞은 빈 살만은 다시 정적 숙청 작업을 재개했다. 작년 3월 빈 나예프 전 왕세자와 작은아버지인 아흐메드 빈 압둘아지즈 왕자 등 왕실 주요 인사들을 ‘반역죄’로 체포했고, 지난 4월엔 부패 혐의로 반부패위원회가 176명을 잡아들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