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에 직면한 이란에서 물 부족에 항의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CNN·BBC 등에 따르면 이날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주(州) 등지에서 물 부족을 호소하는 시위가 11일째 이어졌다. 현지 소셜미디어 영상에 따르면 시위대는 거리로 나와 “나는 목이 마르다” “식수를 달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서자 “하메네이(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죽음을” “이슬람 공화국(이란)을 타도하라”는 격한 반(反)정부 구호까지 터져나왔다. 한 이란 시민은 알자지라 방송에 “정부는 우리가 말라 죽는 동안 아무 것도 한 게 없다”고 했다.
후제스탄주에서는 지난 15일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 속 극심한 가뭄으로 단수(斷水) 조치가 이뤄져 이에 항의하는 집회가 시작됐다. 시위는 서부 로레스탄주 등으로 번져나가 25일에는 이란 전역 30여 도시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정확한 참가 인원은 집계되지 않았으나, 반체제 성향 인권운동가뉴스통신(HRANA)은 “현재까지 최소 10명이 시위 도중 경찰 진압에 의해 사망했으며, 102명이 다쳤다”고 했다.
이란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 이란 남·서부 지역은 평균 기온이 예년보다 2~3도 상승했지만 강수량은 50~85% 감소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사막 지역에서 달궈진 여름 모래폭풍이 이라크를 거쳐 이란까지 밀려와 폭염과 가뭄이 심화했다.
시위대는 “이번 사태가 인재(人災)”라며 정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BBC에 따르면 후제스탄주 주민들은 정부가 이 주에 있는 댐들에 저장된 물을 다른 지역에 먼저 공급하느라 가뭄 사태가 초래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23일 “물 부족을 호소하는 국민을 비난해선 안 된다”며 여론을 달래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러나 물 부족 사태가 부른 이번 시위는 오랜 서방 제재로 인한 저임금과 높은 청년 실업률에 대한 불만까지 겹치면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까지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