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공산국가 쿠바의 반정부 시위가 11일(현지 시각)에 이어 12일까지 이틀째 계속되고 있다. 쿠바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것은 1994년 이후 27년 만이다. 미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생필품 및 코로나 백신 부족과 잦은 정전 등에 성난 국민 수만명이 수도 아바나 등 주요 도시에서 시위를 벌여, 경찰차를 파손하고 국영 기업 상점을 약탈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자유를 달라” “대통령 퇴진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수백 명이 체포됐다.
쿠바 공산당은 시민들의 저항 움직임이 있으면 사전에 싹을 잘랐지만 이번엔 속수무책이었다고 한다. 시민들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으로 시위를 조직했고, 시위를 생중계했기 때문이다. 시위가 커지자 쿠바 당국은 11일 밤부터 시작해 12일 전국의 인터넷을 끊어버렸다. 카스트로 형제에게서 지난 4월 62년 만에 공산당 정권을 물려받은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3G 인터넷을 보급하고 본인도 트위터를 사용했는데 이게 자충수였던 셈이다. 디아스카넬은 “미국이 소셜미디어로 시위를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중남미 반미(反美) 벨트의 핵심 고리인 쿠바는 미국의 오랜 경제제재에다 코로나로 인해 관광 산업도 어려워지면서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 NYT는 “쿠바 공산당을 원조해 연명시킨 소련이 붕괴한 1990년대 초처럼 식량 배급줄이 길게 늘어서고, 올해 물가는 500% 폭등했으며 항생제와 아스피린 등 기본적 의약품조차 구할 수 없는 상태”라며 “아기 우유를 구하려면 몇 시간을 식료품점 앞에 줄 서야 한다”고 전했다. 사회주의 의료 강국을 자처한 쿠바는 지난해 코로나 백신을 자체 개발했지만 효과가 거의 없다. 11일 기준으로 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7000명, 사망자가 47명 나왔다.
쿠바계 이민자들이 몰려 사는 미국 플로리다에선 12일 일부 시민이 동조 시위를 벌였으며, 플로리다 주지사와 상원의원 등도 쿠바 정권을 규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이번 쿠바 시위는 권위주의 정권의 수십년 압제와 경제적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고 싶어하는 국민의 분명한 부르짖음”이라며 “미국은 쿠바 국민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든이 지난해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보수적인 쿠바계 민심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정부는 2016년 쿠바와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고 제재를 완화했지만 트럼프 정부가 이를 뒤집고 쿠바 제재를 강화했는데, 바이든은 트럼프 시절 제재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