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화폐 볼리바르

경제 파탄으로 살인적인 물가 상승이 계속되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화폐 단위를 100만대 1로 줄이는 리디노미네이션(화폐 단위 변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다음 달 100만 볼리바르를 1볼리바르로 만드는 화폐 개혁을 계획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베네수엘라는 이미 2008년에 1000대1, 2018년 10만대1의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으며 이번이 세 번째다. 현재 외환시장에서 1달러는 약 3209억8124만 볼리바르인데 리디노미네이션이 단행된다면 1달러당 약 32만981볼리바르로 바뀌게 된다.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1999~2013년 집권·재임 중 사망) 전 대통령과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까지 좌파 정권이 장기 집권하면서 초(超)인플레이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생산성 증가가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 무상 토지분배 같은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한 탓이다. 여기에 주요 수출품인 석유 가격까지 하락하고 국제 제재로 석유 수출길도 막혔다.

베네수엘라 국민이 하이퍼인플레로 휴지 조각이 된 볼리비르화 지폐로 핸드백 등 종이공예품을 만들어 내다파는 모습.

베네수엘라에선 한때 연간 물가상승률이 수백만% 치솟기도 했고, 현재도 수천%에 이른다. 이 때문에 국민은 물건을 사기 위해 돈다발을 수레에 싣고 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고, 기업들도 지나치게 돈 단위가 커져 회계 처리에 곤란을 겪고 있다. 서민들은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는 지폐로 핸드백·벨트·지갑이나 장난감 등 종이 공예품을 만들어 콜롬비아 등 이웃 국가에 팔 정도다. 영국 BBC에 따르면 자국 화폐 가치를 못 믿는 베네수엘라 서민들은 가상 화폐에 의존하고 있으며, 부유층은 미국 달러 확보에 매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베네수엘라 정권은 반미(反美)를 내걸었지만 베네수엘라에선 달러가 없으면 아이스크림도 사 먹지 못할 정도”라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경제 구조에 변혁이 없는 한 이번 화폐개혁의 효과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컨설팅업체 신테시스 피난시에라의 한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경제 안정을 위한 실질적 대책이 없다면 몇 년 안에 또 리디노미네이션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