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르완다 대학살 당시 1200명의 인명을 구한 폴 루세사바기나(가운데)가 작년 9월 르완다 수도 키갈리의 법정에 나와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1994년 아프리카 르완다 대학살 당시 자신의 호텔에 1200명 이상을 숨겨주고 탈출을 도운 폴 루세사바기나(67)가 테러 조직을 지원한 혐의로 무기 징역을 구형 당했다. 그는 2006년 개봉한 영화 ‘호텔 르완다’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다.

17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르완다 검찰은 이날 루세사바기나가 2018~2019년 자국에서 발생한 무장 단체의 공격으로 최소 9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 그에 대해 무장 단체 결성, 테러 조직 가입 및 재정 지원 등 9가지 혐의를 적용해 무기 징역을 법원에 요구했다.

앞서 작년 9월 르완다수사국(RIB)은 “루세사바기나는 무장 테러 조직 일원으로 르완다 내외에서 작전을 수행했다”며 두바이를 방문 중이던 그를 납치한 뒤 르완다로 송환됐다. 당시 그에게 수갑과 마스크를 씌워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 있는 수사국 본부로 압송하는 장면도 언론에 공개했지만 그의 혐의에 대한 구체적 증거는 밝히지 않았다.

2005년 11월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이 르완다 대학살 당시 1200명의 인명을 구한 공로로 폴 루세사바기나에게 '대통령 자유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루세사바기나는1994년 르완다 다수파인 후투족이 소수족이었던 투치족과 후투족 온건파를 80만명 이상 학살했을 당시 투치족 1200명 이상을 자신의 호텔에 숨겨줬다. 그 자신은 후투족이었지만 호텔을 수색하려는 후투족 군인을 직접 막아서기도 했다. 그는 2006년 발간된 자서전에서 “르완다 전역에서 사람들이 마체테(날이 넓은 칼)로 죽임을 당했지만 내 5층짜리 호텔 건물은 모두에게 대피소가 되어 주었다”고 했다. 이 공로로 2005년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르완다에서는 반(反)정부 인사로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혀 있다. 대학살 이후 르완다에서는 후투족 정권이 축출되고 투치족인 폴 카가메 대통령이 20년째 집권하고 있다. 카가메는 그가 해외에서 르완다 반란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수년째 주장하고 있다. 또 그가 학살 소재를 상업적인 이득에 활용했다고 비난했다.

루세사바기나 측은 카가메를 비판해 온 데 따른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딸 카리나 카님바는 검찰 구형 후 트위터에 “내 아버지는 정치범이며 날조된 혐의로 기소됐다”며 “법정에 제시된 혐의에 대한 증거는 전무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