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연립정부의 새 총리인 나프탈리 베네트가 취임한 것은 지난 13일. 그러나 예루살렘의 총리 관저는 지난 12년간 이 집에서 산 베냐민 네타냐후 전(前)총리 가족이 계속 쓰고 있다. 심지어 자기가 총리인 양, 지난 14일 저녁(현지시간)에도 주(駐)유엔대사를 지냈던 미국의 니키 헤일리와 관저에서 회담을 했다. 이미 총리실은 이날 네타냐후 가족에게 “총리 관저를 점거하더라도, 발생하는 비용을 물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선 이들 가족을 “무단점유자(squatter)”라고 조롱하고, “개인 성채(城砦)가 아니니, 조속한 시일 내에 떠나라”고 하지만, 아직 이사 계획도 없다.

지난 13일로 야당 지도자가 된 네타냐후 전 총리와 가족이 계속 '무단 점거'하고 있는 이스라엘 총리 관저. /Times of Israel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관저를 인계 받는 우리나라나 미국과 달리, 이스라엘엔 퇴임 총리가 언제까지 방을 비워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네타냐후 전(前)총리는 흔히 ‘밸푸어’로 불리는 이 관저에서 2009년부터 12년간 살아왔다. 1917년 팔레스타인 지역의 유대인 국가 건설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영국 외무장관 아서 밸푸어(Balfour)의 이름을 딴 ‘밸푸어 스트리트’에 위치해, 그렇게 불린다.

네타냐후는 1996~1999년에도 이 ‘밸푸어’에 살았다. 그때도 나가는 데 6주가 걸렸다. 당시 이스라엘 경찰은 네타냐후가 총리 재직 중 받아서 국가에 귀속돼야 할 수많은 선물들을 사저(私邸)에서 발견했다. 두 권의 네타냐후 전기(傳記)를 쓴 작가 벤 카스피트는 “3년 재임하고도 그랬는데, 12년이면 얼마나 되겠느냐”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네타냐후를 만난 뒤 “네타냐후 총리와의 시간은 언제나 매우 소중하다”고 트위터에 쓴 것도 반(反)네타냐후 시민들을 열받게 했다. 전(前)총리가 아직도 ‘총리 놀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채널 12 방송은 “최소 몇주간은 밸푸어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네타냐후의 개인 집은 지중해변 휴양도시인 시저리아에 있다. 그러나 생활 기반을 시저리아로 옮길 필요도 없다는 양, 지지자들에게 “생각보다 빨리 권좌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