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마피아 조직 보스가 최근 정계 거물급 인사들의 부정부패 행위를 유튜브 영상으로 폭로하면서 터키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자신이 보고 들은 바를 토대로 정치인들의 범죄 행위를 폭로한 이 영상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터키의 마피아 조직 보스 세닷 피케르가 유튜브 영상에서 유력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있다. /유튜브

25일(현지 시각) 영국 BBC·가디언 등에 따르면 터키 출신 마피아 보스 세닷 피케르(49)는 지난 2일부터 터키 유력 인사들에 대한 폭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폭로 대상엔 내무장관·전 총리 등 터키의 거물급 인사가 상당수 들어가 있다. 현재 7부까지 올라온 영상의 폭로 주제는 정치 공작·살인·마약 밀매 사건 등으로 다양하다. 영상의 총 조회 수는 5400만회를 훌쩍 넘겼다. 영상은 12부까지 예고돼 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영상은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 소속 전 총리이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오른팔로 꼽히는 비날리 이을드름의 아들이 마약 밀수와 관련됐다는 폭로다. 피케르에 따르면 작년 6월 콜롬비아에서 터키로 보내기로 한 코카인 4.9톤이 적발돼 밀수 통로가 막히자, 이을드름 전 총리의 아들은 베네수엘라로 가 새 밀수 경로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친여권 기업들이 코카인 거래 자금을 댔다.

이을드름 전 총리는 “내 아들은 코로나 의료 장비를 구하러 베네수엘라에 갔을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영상에는 그를 비난하는 댓글 수만 개가 달렸다. 이 외에도 피케르는 집권 세력이 연루된 반정부 언론인 살해 등 폭로도 이어가고 있다.

피케르는 1990년대 정치권과 결탁한 각종 살인·납치 사건으로 언론에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 인물이다. 총 16년여간 징역을 살았다. 그는 2014년 감옥에서 나온 뒤에도 에르도안의 지지자로서 ‘정치 깡패' 노릇을 했다. 각종 친정부 집회를 열고, 반정부 단체에 살해 협박을 했다.

피케르가 등을 돌린 건, 여당의 ‘배신’ 때문이다. 작년 4월 그의 라이벌 마피아 두목 알라틴 차키치가 출소할 무렵부터 여당은 차키치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피케르는 멀리했다. 이어 마약 밀매 등 혐의를 씌워 피케르의 이스탄불 자택을 급습했다. 미리 정보를 입수한 피케르는 피신했고, 현재는 두바이에 머물고 있다. 피케르는 “당신(여권 인사)들은 내 카메라와 삼각대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라고 했다.

피케르의 영상은 친여 매체 일색인 터키의 언론 환경 덕에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에르도안 행정부는 2016년 7월 군부 쿠데타 진압 이후 100개가 넘는 반정부 매체를 폐쇄하고 언론을 장악했다. 가디언은 “최근 에르도안 행정부의 코로나 대응·경제 침체에 실망한 여론이 주류 매체엔 잘 나오지 않아, 터프하게 여권 실상을 폭로하는 그의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