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이 세계 최대의 코로나 바이러스 진앙이 돼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5일(현지 시각) 지난 일주일간 브라질의 신규 확진자가 49만4000명, 사망자 1만2300명으로 코로나 최대 피해국이었던 미국을 모두 넘어섰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신규 확진자 46만1190명, 사망자 9381명이 발생했다. WHO는 “브라질의 코로나 사망자가 대책 없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중남미뿐 아니라 전 세계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남미 최대 국가 브라질 인구는 2억1000만명으로 세계 인구의 2.7%를 차지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코로나 확진자는 총 1152만명으로 세계의 15%(2위)를 차지하고, 특히 이달 들어 신규 확진자 비율은 세계의 30%(1위)에 달하고 있다. 브라질의 총 사망자도 27만9600만명으로 세계 사망자의 11%(2위)인데, 올해까지 최대 60만명이 사망해 인구 3억명이 넘는 미국의 기록(54만명 사망)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백신 보급으로 미국과 유럽, 인도 등 주요국에서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는 것과 달리, 브라질만 계속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재 상파울루 등 대도시에서도 중환자실 병상과 산소가 부족할 정도로 의료 체계가 붕괴되면서 사망률이 폭발하고 있다고 AP통신과 CNN이 15일 전했다. 브라질 의료연구기관 오스바우두 크루스 재단에 따르면, 2월까지 브라질의 코로나 사망자 3명 중 1명(7만2000여명)이 응급실 입장을 기다리다 사망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이 사태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과학을 무시하고 국민을 편 가르기한 정부다. 극우 포퓰리스트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해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코로나는 가벼운 독감”이라 했고,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여자들이나 하는 나약해 빠진 짓”이라고 조롱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일부 주(州)나 대도시 차원에서 경제 봉쇄 등을 시도했지만, 연방정부의 ‘무(無)방역’ 조치와 충돌해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해 8월 미 제약사 화이자 측이 세계 확진자 수 2위인 브라질에 백신을 빨리 계약할 것을 강력 권고했지만, 보우소나루 정부는 이조차 거부했다. 보우소나루는 왜 백신을 도입하지 않느냐는 국민들에게 “백신을 맞으면 악어가 될 수 있다”고 말했고, 사망자가 폭증하는데도 “징징대지 말라”고 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는 지난 11일 돌연 마스크를 쓰고 기자회견을 열어 백신을 적극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신 확보는 너무 늦었고 본질적인 대응 방식도 바뀌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보우소나루가 야권 거물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로 부패 혐의를 벗고 2022년 대선에 나설 수 있게 되면서 자신이 정치적 궁지에 몰리자 약간의 정책 전환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