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운전할 권리를 주장해온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운동가 로우자인 알하틀로울이 2014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사우디로 운전하고 있는 모습. 그녀는 이후 구금돼 1001일만인 이달 10일 풀려났다. /AP 연합뉴스

여성이 운전할 권리를 주장해왔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운동가가 구금 1001일만에 석방됐다고 영국 가디언이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로우자인 알하틀로울(31)씨의 여동생인 리나는 이날 트위터에 언니의 사진과 함께 “로우자인이 집에 있다”는 글을 올리며 언니의 석방을 알렸다. 또 다른 여동생인 알리야 역시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환호했다.

이날 알하틀로울의 석방은 현지 법원이 그녀에 대해 집행유예를 결정하면서 이뤄졌다. 알하틀로울은 2017년 여성의 운전 권리를 요구하며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사우디로 국경을 넘으려다 체포됐다. 이후 알하틀로울은 사우디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후 사우디 정부는 2018년 6월 들어 여성의 운전을 허용했지만, 알하틀로울은 구금 신세가 됐다. 2018년 5월 구금된 그는 지난해 12월에는 징역 5년 8월을 선고받았다. 외국의 아젠다를 선동하고 인터넷을 통해 공공질서를 어지럽혔다는 혐의다.

이를 두고 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들이 사우디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했으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역시 대선 기간 이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가디언은 “알하틀로울의 이번 석방이 바이든의 대선 승리와 최소한 일부는 연관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알하틀로울의 석방은 완전한 자유는 아니다. 그녀는 집행유예 상태로 풀려나 현재 아버지의 집에 머물고 있다. 가디언은 “하틀로울이 감옥에서 겪은 시련을 발설하지 않도록 집행유예 조건이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면서 “만약 그녀가 석방조건을 어긴다면 잔여 형기를 채워야 할 수도 있다”고 봤다. 또 법원은 알하틀로울의 5년간 출국금지도 계속 유지했다.

앞서 알하틀로울은 감옥에서 단식투쟁을 하는 것은 물론, 감옥에서 복면을 한 남성들로부터 성적인 모욕과 고문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그녀의 주장은 항소법원에서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