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타임지가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인권운동가 루자인 알하스룰(31)이 사우디 테러전담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사우디의 정치 체제와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했다는 혐의다.
로이터·AFP 통신은 사우디 법원이 알하스룰에게 징역 5년 8개월을 선고했다고 28일 보도했다. 다만 판사는 선고 형량 중 2년 10개월은 집행유예했다. 2018년 5월 18일부터 구금된 알하스룰은 이르면 3개월 뒤 풀려난다.
알하스룰은 2014년 12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자신의 차를 타고 사우디 국경을 넘다가 여성 차량 운전 금지령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돼 73일 동안 구금됐다. 이를 계기로 여성 운전이 금지된 사우디 현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사우디는 2018년 여성 운전을 합법화했지만, 알하스룰은 이에 앞서 여성 운전 금지와 남성 후견인 제도 폐지 운동을 벌여 2017년 6월 체포돼 다시 감옥에 갇혔다. 사우디 정부는 그가 여성 인권운동을 해서 체포한 것이 아니라, 왕족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앰네스티는 2018년 11월 ‘알하스룰과 함께 구금된 여성 인권운동가들이 폭행과 성고문 등을 당했다’며 ‘사우디 당국은 이들을 조건 없이 풀어줘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알하스룰의 가족은 지난해 1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알하스룰은 면회 도중에 정상적으로 걷거나 앉을 수조차 없었고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외신은 이번 판결이 미국과 사우디의 정치적 긴장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 등은 현지 언론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가 이번 판결로 인해 악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사우디의 인권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어서다.
반면 영국 가디언지는 “그가 3개월 뒤면 풀려나는 만큼, 사우디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의 초창기 긴장 관계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