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마라도나의 주치의 레오폴도 루케<왼쪽>가 지난 11일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올리보스시의 병원에서 뇌 수술을 마친 뒤 마라도나(오른쪽)와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수사당국이 지난 25일(현지 시각) 숨진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의 주치의 레오폴도 루케의 과실치사 혐의와 관련해 30일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마라도나 사망이 과실치사라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관련 의료 기록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에서다. 주치의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경찰은 이날 루케의 집과 진료실 등지에 대해 압수 수색을 벌였다. 당국은 루케의 의료적 과실이 있었는지 보기 위해 의료 기록과 컴퓨터, 휴대전화 등을 수색했다고 아르헨티나 국영 텔람통신은 보도했다.

별세한 축구계의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의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증이다. 하지만 그는 앞서 2주 전 만성 경막하혈종으로 뇌 수술을 받았다. 경막하혈종은 뇌를 감싸는 경막(硬膜)과 뇌 사이의 혈관이 터져 출혈이 일어나 피가 고이는 것이다. 마라도나는 수술을 마치고 8일 만에 퇴원했으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 집에서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숨졌다. 당시 루케는 마라도나의 집에 없었고, 집에 머물던 간호사도 당일 새벽에만 상태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라도나가 병원 퇴원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퇴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마라도나 사망 당일인 25일 당시 자택엔 심장 제세동기가 비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마라도나가 쓰러진 뒤 구급차가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하는 데 30분 이상 걸렸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치의 등의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마라도나의 변호사는 “마라도나가 12시간 동안 방치됐다”며 “의료진의 실수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숨진 디에고 마라도나의 주치의 레오폴도 루케가 29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과실치사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눈물로 결백을 호소했다. /BBC

◇ 주치의 눈물의 기자회견 “마라도나, 말 안 들었다”

그러나 루케는 자신의 과실치사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그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마라도나의 수술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며 성공적이었다”면서 “나는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불가능한 것까지 다 했다. 마라도나를 위해 가장 최선을 다했다고 틀림없이 확신한다”고 눈물로 결백을 호소했다.

루케는 “나는 신경외과 의사이고, (수술로) 내 일은 끝났다”며 마라도나가 집에서 회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들에 대해선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했다. 마라도나의 집에 제세동기가 비치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왜 없었는지, 그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마라도나가 재활센터에 갔어야 했지만 마라도나는 원하지 않았다”며 마라도나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했다. 루케는 마라도나가 “굉장히 우울했다. 혼자 있고 싶어 했다”고 했다.

아르헨티나 수사 당국은 압수한 의료 기록과 컴퓨터, 휴대전화 등을 토대로, 마라도나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점은 없었는지 특히 주치의가 상태를 얼마나 자주 살폈는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